“저금리·고령화시대 … 인덱스·ETF 주목받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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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자산운용업계의 다크호스인가. 한화투자신탁운용(종전 9위)과 푸르덴셜자산운용(15위)이 통합된 한화자산운용이 19일 출범했다. 단번에 업계 5위의 대형사로 변신했다. 운용 자산은 23조원에 달한다. 절대 강자가 사라진 자산운용업계에서 규모의 경쟁에 나설 면모를 갖춘 것이다. 하지만 이 거대 함정을 이끌 강신우(51·사진) 사장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이날 출범 기자간담회가 열린 63빌딩에서 만난 그는 “편안하게 앉아 있기는 어려운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은 어떻게 될까.

 “위쪽으로나 아래쪽으로나 모두 막혀 있는 답답한 시장이 될 것이다. 유럽의 경우 리더십의 문제인데 결론이 쉽게 날 수 없다. 누군가 총대를 메거나 과감히 (돈을) 출연하기 어려운 만큼 적당한 수준에서 봉합하면서 끌고 갈 것이다. 미국의 더블딥(이중침체) 우려도 시장에 어슬렁거릴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적 의사 결정이 늦어지면 하락장이 한 번 정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펀드에는 돈이 들어온다.

 “시중을 떠도는 돈은 많은데 갈 데는 없다. 게다가 투자자는 똑똑해졌다. 금융위기 이후 6개월~1년 만에 시장이 반등하며 수익을 거뒀다. 힘든 시기를 견디면 수익을 얻는다는 학습효과 때문에 시장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더 길어질 것이다. 세계 경제의 저성장이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관심을 갖는 분야는.

 “가계 부채 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주식형 펀드 시장은 어느 정도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본다. 저금리가 이어지고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연금시장이 자산운용업계의 유일한 성장시장이 될 것이다. 똑똑해진 투자자들이 비용 등에 민감해지며 인덱스와 상장지수펀드(ETF)도 주목받게 될 것이다. 선진국 못지않은 성장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해 적극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에 대한 관심도 커질 것으로 본다. 이러한 투자자의 관심과 요구에 맞는 종합운용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새롭게 준비하는 상품은.

 “외형 경쟁을 위해 새로운 상품을 쏟아내지는 않을 생각이다. 두 회사의 기존 상품만으로도 라인업은 충분하다. 다만 기관 영업 등에서 우수한 성과를 낸 상품을 일반투자자에게 소개할 기회를 만들려고 한다. 국민연금이 위탁한 ‘퀀트액티브’ 펀드는 수익률도 좋고 규모도 크다. 이를 공모로 넓혀 가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업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크레디트 리서치 역량을 바탕으로 채권 투자상품 등을 선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는 “과거와 단절된 마케팅은 없다”며 “투자 원칙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 고객의 신뢰를 얻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원칙과 신뢰를 강조하는데.

 “1997년 외환위기부터 각종 사건 등을 겪으며 자산운용업과 투자상품에 대한 고객의 이해도가 높아졌다. 위험과 수익을 대하는 투자자의 태도도 달라졌다. 이제는 일정 운용기간 중 검증된 트랙레코드(실적)가 쌓인 상품을 찾기 시작했다.”

 -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 운용사 출범에는 좋지 않은 시기 아닌가.

 “고객이 힘들어하니 좋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시장의 불안과 변동성이 커진 만큼 기존의 경쟁 질서가 흔들릴 수 있다. 주식형 상품 등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인 우리 입장에서는 전열을 정비할 시간을 벌 수 있다. 그런 만큼 나쁜 시기는 아니라고 판단한다.”

 -목표는.

 “몇 년 안에 몇 위가 되겠다는 수치적 목표보다는 고객의 이익을 우선하는 원칙을 지키는 운용사가 되는 데 역량을 모을 생각이다. 영업 다변화를 통해 채권형 자산의 비중을 낮추는 한편 소매영업을 강화해 대한생명과 한화손해보험 등 계열사 의존도도 줄여 나갈 계획이다.”

하현옥 기자

◆강신우 사장=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1988년 한국투자신탁에 입사했다. 이후 현대투신과 PCA투신 등을 거쳐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부사장 겸 최고운용책임자(CIO)로 일했다. 현대투신 시절 ‘바이코리아’ 펀드를 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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