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액세서리 2 스포츠 시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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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특히 스포츠 시계에 관한 남자들의 집착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여성이 가방과 구두에 열광하는 것처럼 스포츠 시계는 남자들의 말초 신경을 요동치게 한다.

 매니어들은“1000분의 1초까지 측정하는 능력이나 빛과 소리의 차이를 이용해 거리를 측정하는 최첨단 기능, 묵직한 외관에서 풍기는 튼튼한 모습은 잠자는 남성 본능을 일깨운다”고 입을 모은다. 비록 탑재된 기능의 십 분의 일도 사용하지 못한다 해도 남자들은 그 시계를 소유한다는 것만으로 만족한다는 이야기다.

스포츠 시계의 역사는 1795년 시계 장인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가 ‘퍼페추얼 캘린더’와 ‘문페이스’ 기능을 탑재한 시계를 내놓으면서 시작된다. 퍼페추얼 캘린더는 4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윤년까지 계산해 자동으로 날짜를 알려주는 기능이고 문페이스는 음력을 알려주는 기능이다. 퍼페추얼 캘린더는 당시로서는 파격적 기술로 향후 발전하는 시계 기술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

1807년에는 영국의 토마스 영이 시간을 기록하는 크로노그래프 장치를 내놓는다. 1843년에 드디어 파텍 필립이 용두를 돌려 시간과 태엽을 감는 시계(현재의 시계 형태)를 개발해 세상에 내놓았다. 최근에는 용두를 한번 당기면 날짜를 조정하고, 두 번 당기면 시간을 조정하는 식으로 용두 안에 다양한 기능이 들어가 있다.

1844년 스타트와 스톱, 리셋 기능이 있는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가, 1853년에는 시간대가 다른 지역의 시간을 같이 보여주는 듀얼 타임 시계가 개발되어 나오면서 스포츠시계의 근간이 완성됐다.

스포츠 시계의 여러 기능 중에서도 한국 남성들은 다이버 워치 기능을 특히 사랑한다. 이 기능을 시계에 탑재하기 시작한 것은 1926년 롤렉스의 오이스터부터다. 오이스터는 일상 방수가 되는 시계로 이음새가 없도록 금속을 통째로 깎아 만든 케이스에 시계 용두를 잠수함 해치처럼 2중, 3중 나사 형태로 잠그게 고안됐다.

다이버 워치의 기본은 300m 방수와 헬륨방출밸브, 회전베젤 같은 기능이다. 이런 것들을 탑재해야 비로소 ‘다이버 워치’라는 이름을 달 수 있다. 헬륨방출밸브는 심해 잠수를 거쳐 해수면으로 떠오를 때 필요한 장치다. 시계를 덮는 유리와 시계를 둘러싼 베젤의 접합 부분은 시계의 가장 약한 부위다. 수압 때문에 파손될 우려가 큰데, 이때 공기보다 가벼운 헬륨을 방출해 시계파손을 막아준다.

다이버 워치만큼이나 한국 남성들이 열광하는 부분은 크로노그래프다. 짧은 시간도 잴 수 있는 기능으로 다이얼 위의 카운터를 보며 경과된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더 전문화된 시계들도 많이 나와 있다. 요트경기용 시계와 프리 다이버, 카 레이서, 전문등반가, 우주비행사를 위한 시계가 그것이다.

요트경기용은 요트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최초 10분간의 시간 경과를 한눈에 알 수 있도록 디스플레이 했다. 예를 들어 다이얼 위의 다섯 개의 회색 원이 전부 청색으로 바뀌면 5분이 경과된 것을 나타내고, 다시 5개의 청색 원이 붉은색으로 바뀌면 10분이 지났다는 것을 말한다. 산소통 없이 잠수하는 프리 다이버를 위한 시계는 잠수한 시간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고안됐는데 다이얼 위 7개 원이 1분마다 하나씩 붉은 색으로 바뀐다.

이렇듯 현재 시중에 등장한 스포츠 시계의 기술은 이미 최첨단을 달리고 있는 중이다. “216년 전 선보인 브레게의 기술 이후로 현 시점에서 나올 수 있을만한 기능은 이미 모두 등장했다”고 한 시계 업체 관계자가 설명할 정도다.

실생활에 그다지 쓰이지 않는 최첨단 기능들을 각 시계 브랜드가 앞 다퉈 개발하고 홍보하는 이유는, 시계가 단순히 시간을 확인하는 도구의 개념을 넘어 개인의 취향을 반영하고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 됐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600m 방수 기능에 헬륨방출밸브를 탑재한 오메가 씨마스터 플래닛오션 시계를 사는 남자들이 실제 600m 잠수를 하기 위해 이 시계를 구입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600m 방수가 가능한 기술력, 브랜드가 가진 다이내믹한 이미지를 추구하는 남자’란 뜻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Tip! 다이버 워치 관리법

아무리 기능성 시계라 해도 지속적인 점검과 방수 테스트는 필요하다. 스쿠버 다이빙 등의 본격적인 수중 활동에 시계를 사용할 생각이라면 공인된 서비스 센터에서 점검을 받고 부품을 교체하는 관리를 해줘야 한다. 또 소금물에 오랫동안 노출됐다면 맑은 물로 깨끗이 헹궈서 시계 틈에 있는 소금기를 제거하고 부드러운 천으로 물기를 닦아준다. 아무리 높은 품질의 스테인리스스틸이라도 소금에 직접 닿은 경우에는 산화를 피하기 어렵다. 극한의 온도에 노출되거나 장시간 물 속에 있어야 하는 시계는 더 자주 점검이 필요하다.

[사진설명] 1 빅토리녹스의 다이버 시계 2 영화 제임스 본드의 시계로도 유명한 오메가의 씨마스터 플래닛 오션 3수심 1200m 방수가 가능한 오메가 씨마스터 플로프로프 4 씨티즌 워치의 아쿠아랜드 다이버 시계

<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 사진="오메가·빅토리녹스·씨티즌" 워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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