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없이 새 우편번호 도입 항의쇄도

중앙일보

입력

"시사잡지를 우체국 잘못으로 4~5일 뒤 받게 돼 어이가 없었습니다."

회사원 梁모(45.포항시 북구 용흥동) 씨는 매주 금.토요일 주로 도착하던 시사잡지 2권이 최근 세차례나 4~5일 뒤늦은 수요일에 배달되자 잡지사에 심하게 항의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배달에 문제가 있었다.

지난 1일부터 새 우편번호가 전격 도입되면서 우체국 측이 옛 우편번호에 따른 분류를 제대로 못하는 등의 사태로 우편물이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늦게 배달된 것이었다.

정보통신부 홈페이지(www.mic.go.kr) 게시판에도 ''우편물이 너무 늦게 배달돼 피해를 본다'' 는 비판 글이 몰리고 있다.

지난 5일 글을 올린 홍길동(서울 강남구) 씨는 ''거북이 우편배달 강남우체국'' 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매일 와야 할 우편물이 1주일에 한두번 정도만 배달된다" 며 "초대권이 오기로 돼있었는데 늦게 와 휴지 조각이 됐다" 고 불만을 터뜨렸다.

수원시 영통지구에 사는 한 네티즌은 "백화점 및 신용카드회사 등에서는 빨리 보낸다고 하는데도 입금 만기날 또는 전날 도착하는 우편물이 너무 많다" 면서 "이 때문에 연체료를 낸 적도 있다" 고 목청을 높였다.

지난 3월 준공된 청주 우편집중국은 새 우편번호 체계대로 할 경우 수작업 물량이 늘어날 것을 우려, 종전 배달체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기계분류 결과에 잘못이 많아 배달 구역별로 부여된 새 우편번호대로 다시 수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현상은 갑작스런 우편번호 개편외에 올해 초 전국 9곳에 우편집중국(자동분류시스템 보유) 을 신설한데 이어 지난 2월 전국 모든 우편물을 대전교환소에 집중시키도록 바꾼 점과지난해말 우편물 운송망을 기차 대신 차량으로 바꾼 뒤 생긴 수송지연에서 비롯되고 있다.

운영합리화를 한다며 ''포인트 투 포인트'' (시.군.구 우체국간 직송) 체계에서 ''허브 앤드 스포크'' (중앙에서 집중시켰다가 지방별로 다시 분류해 전달하는 방식) 로 바꿨으나 이를 소화해내지 못하고 있는 것.

예컨대 703으로 써야 할 우편번호를 730으로 쓸 경우 서대구우체국(집배국) 이 아닌 구미우체국까지 가게 된다.

우편번호를 흘려 쓰거나 크게 쓴 경우, 규격봉투가 아닌 경우에도 잘못 분류되기는 마찬가지.

잘못 전달된 우편물을 회수, 다시 배달하느라 며칠씩 늦어지기 일쑤인 것이다.

개편 전 시.군.구 수거우체국에서 또는 배달국에서 배달 지역별로 다시 수작업으로 분류할 때는 이런 사례가 거의 없었다.

이같은 혼란에도 불구하고 정보통신부 왕진원 국내우편과장은 "배달지연은 우편번호를 잘못 기재하거나 우체국 직원이 분류를 잘못한 결과" 라며 "그러나 새로운 체계가 정착단계에 있기 때문에 배달지연 사고는 1%에도 못미치는 극소수 사례에 불과하고 이런 경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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