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한은·KDI, 경상수지와 성장률 관련해 이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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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수지와 경제성장률 등 거시경제지표 운용방향을 놓고 재정경제부,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이 각각 다른 의견을 보여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정도의 이견은 천편일률적인 의견통일 보다는 올바르고 최선의 경제정책을 찾아가는 논의과정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내부적으로는 당초 6%대에서 7∼8%로 높게 잡고 있으면서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당분간 당초 목표인 120억달러를 유지한 채 상황을 좀 더 지켜본다는 생각이다.

한국은행은 공식 견해를 내놓지는 않았지만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인 5∼6%를 넘어설 경우 수입증가에 따라 경상수지가 악화돼 대외신인도 하락 등의 문제를 일으킨다고 경고하고 있다.

또 KDI는 최근 내놓은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은 8.6%,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86억달러에 각각 이를 것으로 내다보면서 이 정도의 수준은 우리경제에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재경부쪽에 접근된 의견이다.

◆재경부 "올해 성장률과 경상수지 문제없다"
재경부는 당초의 올해 경상수지 목표인 120억달러를 아직 수정하지 않고 있다.

지난 4일 박태준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제수지 관계장관간담회에서도 가능한 한 목표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러나 재경부 내부에는 경상수지 흑자가 100억달러 안팎으로 낮아질 수도 있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또 경상수지 흑자규모 축소를 막기 위해 높은 경제성장률에 브레이크를 걸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외환보유고가 지난 4월말에 846억달러에 이르는 상황에서 경상수지 흑자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성장률을 낮출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올해 1.4분기 12∼13%, 2.4분기 9%에 이르는 높은 성장률을 갑자기 낮출 경우 경제의 연착륙보다는 경착륙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재경부는 걱정하고 있다.

특히 실업자가 아직 100만명을 넘고 있는 만큼 높은 성장률이 당분간 지속돼야한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아울러 대규모의 경상수지 흑자 지속은 통상마찰의 요인이라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한국은행 "성장속도 조절로 경상수지악화 막아야"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한은의 공식입장이 아니라는 것을 전제로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인 5∼6%를 웃돌 경우에 경상수지가 계속 악화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 관계자는 "재경부의 지적대로 경제성장률을 갑자기 낮출 수는 없지만 하반기께부터는 속도를 조금씩 완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높은 경제성장이 지속될 경우 수입이 증가하면서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예상보다 축소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98년 400억달러, 99년 250억달러였던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올해 1.4분기에는 13억달러에 그쳤다는 점이 우려되며 특히 이 추세가 지속될 경우 대외신인도 하락, 외국인자본 철수 등 외환위기의 악몽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우리나라 외환위기 극복의 결정적 요인중의 하나는 대규모의 경상수지 흑자이며 아직은 경상수지 악화를 용인할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점을 내세우고있다.

◆ KDI "경제성장률, 경상수지 흑자 크게 걱정할 필요 없다"
KDI는 재경부와 같은 입장이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 범위에 머물 가능성이 높은데다 외환보유고가 846억달러나 된다는 점에서 경상수지를 크게 우려할 이유가 별로 없다는 분석이다.

한진희 연구위원은 "올해 경제성장률은 8.6%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지만 이는 잠재성장률 범위내로 판단된다"면서 "기술적 반등효과를 감안하면 올해 이 정도의 성장률은 실제로 잠재성장률인 5∼6% 수준"이라고 피력했다.

또 "우리나라 사람들은 경상수지 적자가 많으면 싫어하고 흑자라면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경상수지 흑자규모의 빠른 축소는 빠른 내수성장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하지만 수치 자체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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