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 잠 못 이룰 일주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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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 농구대표팀 감독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주일이다.”

 허재(46·KCC) 남자농구대표팀 감독은 아시아 남자농구선수권 결선리그를 앞두고 18일 이렇게 말했다. 한국은 17일 조별리그 A조 마지막 경기에서 인도를 84-53으로 크게 이기고 3연승으로 결선리그에 올랐다. 한국은 19일부터 결선리그에서 우즈베키스탄·대만·이란을 차례로 상대한다. 이어 23일부터 8강 토너먼트가 열린다. 이번 대회 우승팀은 내년 런던 올림픽 본선에 직행한다.

 허 감독은 2년 전 톈진 대회에서도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는데, 당시 한국은 역대 최악의 성적(7위)을 기록했다. 허 감독은 당시 수모를 이번 대회 우승으로 씻어내겠다는 각오다. 그는 “남은 일주일은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주일이다. 낭떠러지로 떨어지느냐,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느냐 기로에 서 있는 기분”이라고 비장하게 말했다.

 배짱 좋은 허 감독도 긴장하고 있다. 그는 “프로농구 감독으로 세 차례 챔프전을 할 때도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매 경기가 끝나면 진이 빠질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토로했다.

 한국은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이란과 중국을 넘어서야 한다. 첫 관문은 21일 맞붙는 이란이다. 3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이란은 미국프로농구(NBA) 멤피스에서 활약하는 하메드 하다디(26·2m18㎝)와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남자농구 디비전 1의 라이스대에서 뛰는 아살란 카제미(21·1m99㎝)가 위협적이다.

 이란을 꺾고 조 1위로 8강 토너먼트에 진출하면 중국과 중동팀을 피해 결승까지 무난하게 올라갈 수 있다. 허 감독은 “중국을 결승전에서 만나려면 반드시 이란을 꺾어야 한다. 농구계 숙원인 올림픽 티켓을 따겠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 선수로 참가했다. 한국 남자농구는 이후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했다. 허 감독이 16년 만에 올림픽 티켓을 딴다면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올림픽에 출전하는 진기록을 세우게 된다. 

우한(중국)=한용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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