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매각, 주가 적용시기 놓고 막판 줄다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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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하이닉스 매각 조건과 평가 방식을 담은 입찰요강이 19일 하이닉스 주식관리협의회(채권단)에서 확정된다. 하이닉스 채권단 관계자는 18일 “그동안 채권단 내에서 논의한 하이닉스 매각 방식에 대해 각 채권 기업이 19일 최종 입장을 표명할 계획”이라며 “75% 이상이 동의하면 확정된다”고 밝혔다.

 그간 하이닉스 매각 방식을 둘러싸고 채권단과 인수를 희망하는 SK텔레콤·STX 두 회사 간 의견 충돌이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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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측은 주식 인수 가격 산정 방법과 기준 시점, 신주(新株)와 구주(舊株) 매각 비율 등 여러 쟁점을 놓고 대립했다. 특히 가격 산정과 관련된 핵심 내용에 대해서는 막판까지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어 19일 입찰 요강이 확정된 뒤에도 입찰 조건을 둘러싼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채권단과 인수 희망 기업 간에 견해 차이가 가장 큰 대목은 매매가격 결정 시점과 방식이다. 채권단은 본입찰 때가 아니라 그로부터 약 3주 뒤 주식 매매계약 체결 때 주가에 따라 인수 가격을 확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주식 매매계약 때 주가가 본입찰 때 기준가보다 낮을 경우는 본입찰 때 가격으로 결정하고, 반대일 경우는 주식 매매계약 때 주가로 매매가격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인수 희망 기업들은 “본입찰 시점에 시장 가격을 기준으로 인수 가격을 정해야 한다”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통상 매각이 성사되면 주가가 오르는데, 본입찰과 주식 매매계약 체결까지 시간차가 벌어지면 그 사이에 오른 주가만큼 추가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매수 희망 기업의 반발이 만만치 않자 채권단은 매각 부담을 낮춰주는 방안을 찾겠다며 한발 물러선 상태다.

 채권단 관계자는 18일 “본입찰과 최종 계약 체결까지 시간적 간격을 줄여 매매 가격의 불확실성을 최대한 없애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신주 발행 결정은 채권단이 아닌, 하이닉스 이사회 의결 사안이므로 일정을 앞당겨 달라고 이사회에 요청하겠다”며 “(본입찰과 주식 매매계약까지 일정을) 열흘 정도로 줄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매각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지는 것을 막는 장치도 검토되고 있다. 본입찰 때의 기준가에서 일정 금액 이상 올릴 수 없도록 상한선을 두거나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면 우선협상자가 입찰을 포기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만일 우선협상자가 지나치게 높은 인수 가격으로 입찰을 포기할 경우 매각 일정을 다시 잡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인수 후보 기업들은 또 신주 가격에 구주의 가격을 연동하는 가격 산정 방식에도 반발하고 있다. 이 방식에 따라 신주 가격이 높게 책정되면 구주 가격도 덩달아 높아져 결과적으로 인수 가격이 더 비싸지게 된다.

 인수 후보 회사 관계자는 “신주 가격에 구주 가격을 연동한다는 것은 본입찰 당시 기준가에 매각 프리미엄을 얹은 데 더해 주가 상승분까지 챙기겠다는 의도”라며 “매각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만 노리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채권단은 “공정하고 투명하게 하이닉스 매각을 성사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하이닉스 채권단은 19일 확정되는 매각 방안을 담은 입찰 안내서를 21일 SK텔레콤과 STX에 발송할 계획이다. 채권단은 10월 24일 본입찰을 실시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양해각서 체결 없이 11월 중 곧바로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일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7월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SK텔레콤과 STX는 7월 25일부터 지난 9일까지 7주간 현장 실사를 진행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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