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증시 … 원금보장·지수형 ELS 인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0면

시장의 방향을 가늠할 수 없는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달 들어 코스피 지수는 이틀에 한 번씩 상승과 하락을 오갔다. 9일과 14일 2거래일 동안 98포인트 이상 빠졌지만 15∼16일 이틀 연속 91포인트나 올랐다. 작은 충격에도 휘청거리는 시장에 투자자는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시장이 이처럼 출렁대자 증권사들은 속속 손실 가능성이 작은 주가연계증권(ELS)을 내놓고 있다.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된 지난달 초 이후 일부 ELS가 손실 구간에 진입해 투자 심리가 위축돼 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인 ‘녹인(Knock-in·하락 장벽)’을 낮춘 ‘저(低) 녹인 배리어(barrier) ELS’를 내놨다. 3년 만기의 투자기간 동안 기초자산인 코스피200 지수가 절반 이하로 하락하지 않으면 연 9%의 수익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기초자산인 삼성전자와 현대차 주가가 만기(3년)까지 55% 이상 떨어지지 않으면 연 14.01%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ELS도 판다.

삼성증권 상품개발팀 김민철 과장은 “최근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손실 가능성이 작은 상품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지수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ELS는 시장에 대한 전망을 읽을 수 있는 가늠자 역할도 한다. 시장이 급락한 지난달 일부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활용한 ELS가 손실구간에 진입하면서 ‘안정성’에 초점을 맞춘 상품으로 투자자가 움직이고 있다.

 동양종합금융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ELS의 발행규모는 2조7000억원으로 5개월 만에 처음으로 2조원대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원금보장형 ELS의 비중은 전달(18%)의 두 배인 36%로 늘었다.

코스피200 등을 추종하는 지수형 ELS의 발행규모도 전달(6695억원)에 비해 두 배가량 늘어난 1조221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급락장에서 일부 ELS의 기초자산 종목이 손실구간에 들어가며 원금을 까먹을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지수형 ELS 대부분은 하락 장벽을 터치하지 않았던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증시의 변동폭이 크다 보니 발행 9일 만에 조기 상환된 ELS도 있다. 동양종합금융증권이 지난달 22일 발행한 ELS1717호는 지난 1일 연 15.7%의 수익률로 조기 상환됐다.

기초자산인 삼성전자와 현대중공업 가격이 최초 기준가격의 110% 이상 오르며 조기상환 조건을 충족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이후 급락장에서 지나치게 주가가 주저앉은 우량 종목이 많았던 탓에 최근 한 달 동안 발행된 ELS 중 조기 상환 조건에 근접한 상품도 더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동양종합금융증권 이중호 연구원은 “코스피 지수가 고점 대비 15% 이상 가격 조정을 받은 만큼 투자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높은 부담 없이 ELS 투자에 나설 수 있는 적기”라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주가연계증권(ELS)=예금처럼 미리 정해진 금리를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정한 개별 종목 주가나 주가지수와 같은 기초자산의 상승이나 하락에 따라 투자 수익률이 결정되는 상품. 원금은 보장되면서 기초자산 상승분의 일정 비율을 수익으로 챙기는 녹아웃(Knock-out)형, 일정 조건을 만족하면 사전에 정한 수익과 원금을 지급하고 만기 또는 만기 전에 조기상환되는 상품 등이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