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 주먹이 다가 아니구나 … 세상을 깨달아 가는 ‘학교 짱’ 종훈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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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주먹을 꼭 써야 할까?
이남석 지음, 사계절
256쪽, 9800원

아이들 졸업 시즌이면 빠짐없이 터져 나오는 ‘졸업빵’, 친구 폭행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는 사건…. 극단적인 예를 들지 않더라도 놀이터에 모여 담배를 피우는 아이들에게 ‘간 크게’ 훈계하는 어른은 드물다.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학교’나 ‘학원’ 밖의 아이들은 그저 ‘무서운 10대’로 받아들여질 뿐이다. 아이들은 어떤 이유로 폭력에 물들게 될까. 폭력이 소위 ‘문제 아이들’만의 것일까.

 이 책의 부제는 ‘십대를 위한 폭력의 심리학’이다. 저자는 ‘학교짱’인 중3 종훈이가 심리학을 전공한 태껸 사범을 만나 변화하는 과정을 소설 형식으로 그려냈다. 초등학교 땐 키가 작아 주눅들어 지내다 부쩍 자라면서 ‘폭력’과 ‘힘’의 맛을 알게 된 종훈이는 짱의 자리를 내놓고 싶지 않다. 그러나 친구를 수족처럼 부려먹고, 주먹을 함부로 휘두르면서도 종훈이의 마음은 허전하기만 하다. 사범은 종훈이가 ‘학교짱’이라는 사회적 역할에 충실한 것일 뿐, 진정한 자신의 가치를 찾지는 못하고 있음을 깨닫게 돕는다.

 종훈은 물리적인 폭력과 보이지 않는 폭력, 폭력을 방관하는 이들의 책임, 남자 아이들의 폭력, 여자 아이들의 어쩌면 더욱 잔인한 폭력 세계 등을 다양한 각도에서 성찰한다. 폭력이 작동하는 심리상태를 하나씩 알아가던 종훈은 스스로를 옥죄는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힘껏 도약한다.

 저자는 “청소년이 능동적으로 생각하고 움직여야만 학교 폭력이 해결된다”고 말한다. 성적순으로 인간의 가치를 매기는 폭력적 틀 안에서, 아이들은 어떻게든 인정받고 싶어 폭력에 빠져들게 된다는 성찰은 어른들이 새겨야 할 몫인 듯하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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