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후배 사랑 장학금 30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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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본선 32강전>
○·이창호 9단 ●·쑨리 5단

제 11 보

제11보(99~110)=삼성화재배는 연구생 리그를 후원하는데 그 방식이 재미있다. 선배 기사들, 즉 삼성화재배 본선에 오른 한국 기사들이 승리할 때마다 한 집당 1만원씩 주최 측에서 적립한다. 불계로 이길 때는 30만원이다(외국 기사들에게 반 집이라도 패배가 확실하면 계가하지 말고 그냥 던져 달라고 부탁해야 할까). 그 돈은 연구생 리그의 상금으로 지급된다. 선배들이 잘 두면 잘 둘수록 상금은 많아진다. 그래서 이 장학금의 이름은 ‘후배 사랑 장학금’이다.

 이 판은 단명국을 피할 수 없다. 살면 흑 승이고 죽으면 백 승이다. 99로 뻗는 쑨리 5단의 얼굴에 핏기가 하나도 없다. 초반 하변에서 빈삼각의 묘수(흑 ▲)를 두어 백을 잡을 때만 해도 흑 승이 매우 유력해 보였다.

그러나 어느 순간 마치 귀신에 홀린 듯 자멸의 길로 들어섰고 이제는 사망 선고만 남은 상태다. 그냥 한 번 놓아 본 99는 참으로 기막힌 자리다.

이곳이 선수로 듣지 않으면서 흑의 파탄이 시작되었다. 이창호 9단의 102는 칼침과 같다. 흑의 죽음은 점점 더 가까워진다.

 쑨리는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105로 젖혀 마지막 시험문제를 낸다. 패를 노리는 수. 이 9단은 106, 108로 시간을 연장하며 열심히 답을 찾는다. 그리하여 떨어진 수가 110. 본래 이 수 말고 다른 수는 생각할 수 없는 자리였으나 이창호는 돌다리도 두드리고 있다. 아마도 이번 판의 장학금은 30만원이 될 것 같다(107=이음).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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