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른 금값에 … 골드뱅킹 주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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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국민은행이 14일 골드뱅킹 판매를 시작했다. 우리은행도 이르면 다음 달 관련 상품을 처음 출시한다. 신한은행이 독주하던 골드뱅킹 시장에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뛰어들면서 은행 간 영업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국민은행의 골드뱅킹 판매 첫날 투자자들은 조심스러운 움직임을 보였다. 훌쩍 뛴 금값 때문이다. 최근 주춤하기는 했지만 14일 뉴욕상품거래소(COMEX) 금 현물가격은 온스당 1824달러로 여전히 사상 최고점에 근접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유로존 위기와 맞물린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금값 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그러나 일반 투자자 사이에선 “비싸다”는 인식이 우세하다. 금 투자에 관심은 있지만 금값이 지금보다 더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금 투자에 한발 앞섰던 ‘강남’ 투자자들도 일단 관망세로 돌아섰다. 판매 첫날 국민은행 서초PB센터에서는 한 건도 팔지 못했다. 골드뱅킹 선두주자인 신한은행의 ‘골드리슈’도 비슷한 상황이다. 신한은행 ‘골드리슈’ 계좌 수와 잔액은 올 1월 말에 비해 늘기는 했지만 최근 주춤한 상태다.

 신한은행 서울파이낸스 PB센터 정태옥 팀장은 “골드뱅킹 문의는 많지만 정작 가입하는 고객은 없다”며 “투자하겠다는 금값 저점이 온스당 1500달러대에서 1600달러대로 계속 올라가고 있기는 하지만 지금 투자하기는 다들 부담스러워한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온스당 1300~1500달러대에 금 관련 상품이 가장 많이 판매됐다”며 “고객들 대부분 ‘금값이 이 정도 수준으로 다시 떨어지면 투자하겠다’는 반응”이라고 덧붙였다.

 고공행진하다 주춤한 금값 외에 세금도 골드뱅킹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골드뱅킹은 원래 은행법상 부수업무로 분류돼 비과세 상품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골드뱅킹을 파생상품으로 분류하면서 매매차익이 발생할 경우 15.4%의 배당소득세를 물도록 했다. 부가세 10%를 내야 하는 골드바에 비하면 세금을 절약할 수 있으나 15% 수익이 나도 겨우 본전 정도의 투자 성적을 올릴 수 있는 구조다. 또 원화를 입금하면 달러로 바꿔 투자하는 구조인 만큼 환율 변동도 큰 부담이다. 최근처럼 환율이 출렁일 때는 금값이 올라도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렇다 보니 당초 신한·국민과 함께 골드뱅킹 3파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던 우리은행은 출시를 늦췄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골드뱅킹 인가를 받았지만 이르면 다음 달 중순이나 11월 초 첫 상품을 출시하기로 했다.

안혜리 기자

◆골드뱅킹=원화를 계좌에 입금하면 은행이 달러로 바꿔 국제 금 시세와 달러 환율을 적용해 금을 매입하는 상품. 골드뱅킹 시장은 신한은행과 국민은행·기업은행이 경쟁했으나 지난해 11월 정부의 과세 방침이 나오면서 신한은행을 제외하고 모두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이후 국민은행이 판매를 재개하고 우리은행이 인가를 새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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