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 카다피의 말로와 북한 인권법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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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호 02면

리비아 시민군이 카다피 은신처의 반경 60㎞를 포위했다. 생포 또는 사살은 시간문제다. 카다피 친위부대의 저항이 예상 외로 거세지만 최소한 카다피가 국가 장악력을 완전히 상실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카다피가 도망자로 전락한 지 2주일 만에 ‘42년 철권통치’와 짧은 도피극은 막을 내리고 있다. 리비아의 새로운 지도자들은 이미 새로운 리비아를 위한 마스터플랜 설계에 착수했다.

현존하는 세계 최장기 독재자로 꼽히는 카다피도 한때는 추앙받는 젊은 혁명영웅이었다. 1969년 친서방 성향의 부패 왕정을 무혈 쿠데타로 무너뜨리고 권력을 잡았다. 이후 ‘이슬람 사회주의’ 건설을 목표로 석유자원 국유화, 식민 잔재 철폐에 힘쓰며 나라를 개조했다.

하지만 카다피는 가차 없는 반대파 숙청에다 절제 안 된 독설, 종잡을 수 없는 행동으로 숱한 물의를 일으켰다. 인권 탄압과 부패, 테러 지원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한몸에 받았다. 결국 옛 왕정보다 더 혹독한 1인 장기 독재 체제를 구축했다. ‘인민 직접민주주의’란 독특한 체제 구축을 명분으로 의회제와 헌법을 폐지하고 전제 독재권력을 강화했다. 지난 2월 시작된 반독재 시위에 대해선 군대를 동원한 대량 살상으로 맞서고 전투기를 출격시켜 국민을 학살하는 잔혹한 독재자의 모습을 보였다.

20세기와 21세기에 등장한 파시스트 독재, 공산 독재, 제3세계 독재는 예외 없이 모두 몰락하거나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시대착오적인 반(反)인륜적 독재자가 맞게 되는 비참한 말로에는 예외가 없다.

이제 국제사회의 시선은 한반도 북녘, 주체사상을 앞세워 공포정치를 펼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향하고 있다.

북한은 지정학적 상황이 동유럽이나 중동과는 다르다. 무엇보다 중국이 후견국으로 체제를 방어해주고 있다. 하지만 인권 탄압과 테러, 핵 개발 때문에 북한은 ‘불량 국가’ 딱지를 떼지 못하고 있다. 60년 넘는 공포정치도 모자라 3대 세습까지 꾀하며 2300만 명의 주민을 기아선상에서 신음하게 한다. 반면 김정일과 측근 세력은 특권층으로 군림하며 호화 생활을 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같은 민족으로서 우리는 북한의 독재를 외면할 수 없다. 북한 인권 개선과 인도적 대북 지원을 위해 2005년 발의된 북한 인권법이 우리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암흑천지인 북한에 희망의 빛을 전하기 위해 이 법안은 올해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 북한 인권법은 북한 체제가 변화를 통해 소프트랜딩 하고 국제사회의 떳떳한 일원이 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미국에선 7년 전인 2004년, 일본은 2006년 북한인권법을 제정했다. 우리 국회는 언제까지 김정일 체제의 독재와 인권유린을 외면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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