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이상 가정은‘ 국내 기러기’ … 젊은층은 가족 이주 많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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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세종시에 내려가 근무해야 하는 공무원들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서울 세종로와 경기도 과천의 공무원들은 주로 자녀의 연령대에 따라 이주 여부를 결정하는 분위기다. 자녀가 중학생 이상이면 당사자만 세종시로 가고, 초등학생 이하면 가족이 다 같이 가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아직 준비를 못해 때가 닥치면 생각해보겠다는 이들도 있었다.

세종시는 내년 4월 총리실 직원들이 가장 먼저 내려가고 11월 기획재정부·공정거래위원회·농림수산식품부·국토해양부·환경부 등이 한꺼번에 이주한다. 총리실의 50대 남성 직원 A씨는 “맞벌이인 데다 아이가 대학생이라 혼자 가야 한다. 처음엔 혼자 살 곳 없겠느냐는 생각에 준비를 안 했지만 세종시의 발전 가능성을 생각해 아파트 청약을 할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보다 젊고 자녀가 어린 직원들은 벌써 세종시에 아파트 분양을 받거나 대전 쪽에 거처를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출퇴근을 고려하는 이들도 있다. 국토해양부의 과장급 인사 B씨의 말이다. “현재 집에서 가까운 광명역에서 오송역까지 KTX 열차로 오가려고 한다. 그는 “KTX로 35분 거리이지만 셔틀버스 갈아타는 시간을 감안하면 1시간은 예상하고 있다. 한 달에 총 교통비가 60만원 정도 들 것 같은데, 만만치 않다. 좀 다녀보다가 너무 힘들고 돈이 부담되면 세종시에 원룸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벌써부터 평일 세종시에 있다가 주말에만 서울로 올라오는 공무원을 ‘메뚜기족’이라고 부르며 서로 자조 섞인 농담을 던진다”고 말했다.

그나마 남성은 여성보다 낫다. 기혼 여직원들은 세종시에 혼자 내려가기가 부담스러운 게 현실이다. 국토해양부의 여직원 C씨(40)는 남편은 서울에 직장이 있고, 아이는 초등학교 1학년이다. 결국 남편만 서울에 남고, 자신과 아이는 내려가기로 했다. 문제는 육아다. C씨는 “세종시 아파트 청약이 되면 입주하겠다. 그 전까지는 대전의 남동생 집 근처에서 전세로 살며 올케에게 육아를 도와달라고 부탁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젊은 공무원들은 상대적으로 세종시로 내려가는 이가 많다. 고용노동부의 사무관 D씨(32·남)는 공무원 부부다. 내년 6월 입주하는 첫마을 아파트에 당첨돼 계약을 한 상태다. 고용노동부는 2013년 세종시에 이주한다. 그는 “세종시에 한 번 가봤는데 기반시설은 많이 부족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어차피 세종시는 평생 터전이 될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좋아질 거라 생각하고 내려가려 한다”고 말했다.

이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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