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 교육이 최고의 선물 ...품속 자식, 때 되면 떠나보내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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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호 08면

2주 전, 올해 대학 1학년 딸을 명동에서 만나 옷을 사줬다. 그냥 윈도쇼핑하고 저녁이나 먹자고 만났는데 옷을 사준다고 하니 아빠를 끌고 명동을 세 바퀴나 돌면서 골랐다. 딸은 찜통더위에도 아빠의 팔짱을 꼭 끼고 다녔다. 우리 부녀는 클래식한 카페에서 맥주를 한잔 한 후 버스를 탔다. 딸은 이내 머리를 아빠의 어깨에 기대며 잠이 들었다.

50대에 좋은 아버지 되려면

50대란 베이비붐 세대(1955~64년생)이자, 낀 세대의 아빠들이다. 아이가 초·중·고생일 때, 경제 성장과 소득 향상으로 사교육이 급격히 증가했다. 엄마들은 교육과 양육의 전권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이는 아빠의 부재, 놀이의 부재, 양육의 부재, 인성의 부재를 가져왔으며, 결과적으로 대화 없는 아빠를 양산했다. 아빠의 권위는 한없이 추락했다. 아이가 대학에 들어가면 기쁨은 잠시, 높은 등록금에 어깨가 휘청거린다. 스펙을 쌓는 사회적 열풍의 유탄을 맞으면서 가처분소득은 더욱 줄어든다. 대학을 졸업해도 기쁨보다 취업에 대한 한숨은 깊어가고, 연속된 취업 좌절에 아이는 캥거루족으로, 아내는 아이를 챙겨주는 헬리콥터 부모로 변한다.

천신만고 끝에 취업을 해도 문제는 지금부터다. 30살이 넘어도 결혼할 생각을 안 한다. 은행을 들락거리며 전셋집이라도 마련해 어떻게든 결혼을 시키긴 한다. 그러면서 자식농사는 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웬걸, 이젠 아이를 낳지 않고 살려 한다. 높은 집값과 사교육비, 그리고 양육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돈을 모으면 생각해 본다고 한다.

그러나 정말 심각한 것은 50대 가장 자신의 노후준비다. 명퇴나 퇴직으로 목돈을 받았지만, 그동안의 빚을 갚고 보면 반 토막이다. 재취업은 하늘의 별 따기요, 평균수명 80세가 넘는 시대인데도 인생 2막의 준비는 막막하다. 독거노인 100만 명 시대가 내 문제로 성큼 다가온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자녀양육이나 교육도 자연의 섭리를 따라야 한다. 아프리카 세렝게티 초원의 치타 엄마를 보라. 자식이 먹이사냥을 배우는 순간 안녕이란 인사도 없이 떠나버린다. 자식은 슬픔을 안고, 또한 슬픔을 딛고 살아간다. 마음과 공간으로부터의 독립을 시킨다.

이와 같이 좋은 아빠의 최고의 기술이란 품속에서의 안주가 아니라 대학을 졸업하면 즉시 홀로서기를 가르쳐야 한다. 집을 떠나게 해야 한다. 설령, 자식이 사업에 실패해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삶의 내공은 점점 높아가고, 성공을 알아가면서 아빠의 노고와 고단함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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