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미 강조한 신세대 딱정벌레 … ‘뉴 비틀’보다 크고 강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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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호 22면

뉴 비틀과 달리 기능을 중시한 ‘더 비틀’의 실내.

올해 ‘비틀’은 3세대로 거듭났다. 원조 ‘비틀’→’뉴 비틀’에 이은 신형 ‘비틀’이다. 볼프스부르크에서 베를린으로 이동해 신형 ‘비틀’을 시승했다. 이번 ‘비틀’의 주제는 ‘원조 모델로의 회귀’. 앙증맞은 안팎 디자인으로 여성 팬을 매혹시켰던 ‘뉴 비틀’과 달리 남성미를 의도적으로 부각시켰다. 차체는 한층 길고 납작하며 넓적해졌다. 철판엔 오롯이 날을 세운 선을 스며 넣어 ‘단단히 응어리진 힘’을 강조했다.

내년 국내 출시 앞둔 3세대 ‘더 비틀’ 

겉모습 변화는 실내의 예고편에 불과하다. 만화적 상상력이 넘쳤던 인테리어는 기능을 앞세운 상식적 구성으로 되돌아왔다. 동급 차종과 나눠 쓰는 부품을 늘려 원가를 아끼기 위한 아이디어다. 뒷좌석을 접는 기능도 더했다. ‘뉴 비틀’의 최대 약점이던 짐 공간을 넓히기 위해서다. 옆 유리를 과감히 낮췄을 뿐 지붕은 여전히 높다. 그래서 머리 공간도 넉넉하다.

신형 ‘비틀’의 또 다른 핵심은 성능. 원조 모델은 귀여운 몸매와 선한 눈매 때문에 쉬 짐작이 어려울 뿐 실은 경주판을 휘저은 ‘악동’이었다. 신형 ‘비틀’의 엔진은 총 다섯 종류. 1.2L, 1.4L, 2.0L 등 가솔린 터보(TSI) 세 가지와 1.6L와 2.0L의 디젤 터보(TDI) 두 가지로 나뉜다. 가장 상위급인 2.0 TSI의 엔진과 변속기는 폴크스바겐의 고성능 해치백 골프 GTI와 같다.

신형 ‘비틀’ 2.0 TSI를 몰고 베를린 외곽으로 나섰다. ‘제로백’ 7.5초의 가속은 액션영화 속 총격전처럼 긴박했다. 탄탄한 핸들링은 목젖까지 단추 채운 셔츠처럼 빈틈없었다. 신형 ‘비틀’로 아우토반과 국도를 헤집으며 이따금씩 골프 GTI를 몰고 있다는 착각에 빠졌다. 예쁘니까 다소 굼뜬 성능쯤 눈감아 줘야 했던 ‘뉴 비틀’은 어느덧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다.

신형 ‘비틀’ 시승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놀라운 선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반세기 전 외모를 간직한 2003년형 원조 ‘비틀’을 몰 기회였다. 열쇠를 조심스레 비틀자 뒤통수 저편에서 1.6L 50마력 엔진이 숨통을 튼다. 푸드득, 푸드득 요란스러운 엔진음이 딱 20년 전 포르셰 911이다. 1단 기어를 넣고 페달을 밟자 ‘비틀’이 우렁찬 엔진음을 토하며 뛰쳐나간다.

원조 ‘비틀’의 운전감각은 격하고 드셌다. 소리와 진동으로 노면과 차의 상태가 적나라하게 와 닿았다. 차분한 건 계기판 위를 쉬엄쉬엄 훑는 바늘뿐이었다. 이 때문에 굳이 속도를 높이지 않아도 박진감 넘쳤다. 흡사 콧김 쉭쉭 뿜는 짐승을 다루는 듯했다. 신형 ‘비틀’이 얼마나 우아한지 새삼 깨닫게 됐다.

베를린에 도착하기 전까지 신형 ‘비틀’의 이름이 못 견디게 궁금했다. 설마 했던 ‘올 뉴 비틀’은 아니었다. 공식 이름은 ‘더 비틀(The Beetle)’. 그런데 원하면 다른 이름도 붙일 수 있다. 아련한 추억을 되살릴 ‘캐퍼’나 ‘폴크스바겐’도 고를 수 있다. 국내엔 내년 상반기 데뷔할 예정이다. 독일 기준으로 ‘더 비틀’의 가격은 같은 엔진의 골프보다 다소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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