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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홍콩’ 변신에 주목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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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전옥현
주홍콩총영사

최근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가 홍콩 증시에 안착한 데 이어 명차 페라리의 상장계획도 발표됐다. 글로벌 금융도시라는 명성이 더욱 굳건해지고 있다는 증거다. 요즘 홍콩의 대표적 번화가인 코즈웨이베이에 매장을 내려면 월 임대료가 우리나라 명동의 4배를 웃돈다. 그래도 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다. 한 해 3500만 명에 달하는 관광객을 겨냥해 유명 메이커들이 계속해 매장을 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의 이어지는 상장에 힘입어 홍콩은 기업공개(IPO)에서 세계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도 끊이지 않고 있다. 중국 위안화 역외거래센터로서의 위상도 단단하게 굳혀 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제12차 5개년 계획에서 홍콩의 지위를 분명히 했다. 지난달 리커창 부총리는 홍콩을 방문해 중국 기업의 국제화(‘Go Global’)를 위해서도 홍콩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미 3700여 개의 다국적 기업이 홍콩에 진출해 있으며 이 중 다수가 홍콩을 아태지역 본부로 삼고 있다. 홍콩은 한국의 4대 수출시장이며 중국에 이어 둘째로 많은 흑자를 거두고 있는 곳이다. 동시에 셋째 투자시장이다.

 홍콩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교육·의료·하이테크·문화콘텐트와 함께 신재생에너지·환경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차세대 성장동력 육성, 저탄소 녹색성장 전략과 상응하는 부분이 많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좋은 곳이다. 특히 홍콩 기업은 중국과 홍콩 간 경제협력동반자협정(CEPA)으로 중국 시장에 대한 무관세 수출과 서비스분야 특혜 진출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중국 광둥성과 홍콩·마카오를 잇는 주장(珠江)삼각주 경제권이 2020년까지 1인당 2만 달러 소득을 목표로 하는 선진광역경제권으로 발돋움한다는 계획도 눈여겨봐야 한다.

 최근 지식경제부 투자유치단이 홍콩을 찾은 것은 의미 있는 행보였다. 홍콩 투자가들에게 한국 산업과 기업의 강점을 각인시켜 주었고, 한국 기업인들 역시 홍콩의 기업 마인드를 새삼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다. 홍콩 하면 많은 이들이 관광과 음식을 떠올리지만 본질적인 경쟁력은 금융과 비즈니스에서 나온다.

 홍콩은 최대 신흥시장 중국과 세계를 잇는 다리다.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우수한 인재들이 쉴새 없이 돈과 정보를 퍼 나른다. 세계 최대 중개 무역항으로서 최첨단 금융 인프라와 유통· 물류·회계·법률서비스에서도 최고 소리를 듣는다. 이런 인프라를 바탕으로 대륙의 성장 과실을 마음껏 누리며 새로운 도약대에 서 있다. ‘뉴 홍콩’의 기회와 가능성이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크게 평가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옥현 주홍콩총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