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극물 공격 배후는 북 정찰총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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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엣말 나누는 김정일과 김정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9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북한 정권수립 63주년 열병식에 참석해 후계자인 아들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게 귀엣말을 하고 있다. 행사에는 정규군이 아닌 민방위대 성격의 노농적위대가 참가했다. 북한이 5년, 10년 주기인 이른바 ‘꺾어지는 해’가 아닌 때 군사퍼레이드를 벌인 건 이례적이다. 왼쪽부터 이영호 군 총참모장, 김정은, 김정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조선중앙TV 화면=연합뉴스]


중국 동북 3성 일대에서 최근 잇따라 발생한 대북 선교사와 인권운동가에 대한 독극물 공격의 배후로 북한의 정찰총국이 지목되고 있다(본지 9월 9일자 1면). 2009년에 신설된 정찰총국은 북한의 해외 공작을 총괄하는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에서 활동 중인 한 대북 소식통은 9일 “이번 사건을 정찰총국이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잠정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건의 경위를 살펴보면 정찰총국이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해 사건을 저지르고 최대한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번 사건의 배후로 정찰총국이 지목되는 데는 몇 가지 정황 증거가 감지된다. 우선 피해자들이 일반 교민이 아니라 북한과 관련된 특수활동을 해오던 선교사와 인권운동가라는 점이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중국 단둥(丹東)과 옌지(延吉)는 선교사와 인권운동가, 탈북자 지원 관련 인사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는 지역이다. 이들은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북한 주민들에게 기독교를 전파하고, 김정일 체제를 비판하는 활동을 해 왔다.

또 북한 주민의 탈북을 돕는 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이들의 존재와 활동이 체제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해 강한 반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찰총국 등 북한의 정보 담당 조직이 중국 현지에서 활동을 해 왔던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현지 교민들은 전하고 있다.

대북 소식통은 “고도로 훈련된 정보 요원이 사전에 공격 대상자를 선별하고 감쪽같이 치고 빠지려 한 것으로 본다”며 “피해자들이 독극물 공격을 받았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번 사건의 유력한 배후로 정찰총국을 의심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현지 교민들은 최근 들어 현지 북한측 인사들이 탈북자 지원 관련 단체는 물론 대북 선교사들의 활동에 극도의 반감을 갖고 “반드시 응징하겠다”는 위협을 직간접적으로 가해왔다고 전하고 있다. 선양(沈陽)총영사관은 유가족의 증언을 토대로 숨진 선교사 G모(46)씨에게는 지병도 없었고 이권 갈등 같은 개인적 원한을 살 만한 이유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실체 규명은 결코 간단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숨진 G씨의 유해는 이미 화장돼 국내 유가족에게 인도된 상태다. 추가로 사인을 조사하려 해도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한다.

 이때문에 이번 사건이 ‘제2의 박병현 사건’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996년 8월 16일 옌지에서 발생한 박병현(당시 54세) 기아자동차 기술훈련원장 피살 사건처럼 영구미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당시 박씨는 퇴근길에 괴한 2명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숨졌다. 엉치 부위에 외상이 발견돼 독침을 맞았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끝내 사인을 밝히지 못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정찰총국=북한 인민무력부(한국 국방부에 상당) 산하 조직. 2009년 2월 조선노동당 작전부와 35호실, 인민무력부 산하 정찰국을 통합해 신설됐다. 작전부는 공작원 침투와 호송을 담당해온 조직이다. 35호실은 해외와 대남 정보를 수집해온 조직이다. 그 전까지 대남 공작 업무는 노동당이 관장했으나 정찰총국이 만들어지면서 군 조직인 인민무력부 산하로 이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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