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락, 오빠 탁신 사면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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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잉락(左), 탁신(右)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의 여동생 잉락 총리가 이끄는 새 정부가 탁신의 사면을 추진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가 9일 보도했다.

 집권 푸어타이당 소속 차렘 윰밤룽 부총리는 “탁신이 없었다면 푸어타이당은 지난 7월 3일 선거에서 대승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공정한 잣대가 탁신을 재평가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잉락 정부는 탁신에 대한 사면 청원을 푸미폰 아둔야뎃(84) 국왕에게 제출할 계획이다.

 이와는 별도로 태국 교정국은 지난주 탁신의 지지단체인 레드셔츠(Red Shirts)가 제출한 사면 청원서에 대한 검토 작업을 끝내고 청원서를 법무부로 발송했다.

 탁신은 2006년 군부 쿠데타로 실각했다. 이후 부정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았으며 대법원 선고 직전 외국으로 도피했다. 대법원은 궐석재판을 통해 탁신에게 징역 2년형을 선고했다. 탁신은 해외에서도 선거 때마다 영향력을 행사해 친탁신파 정당을 승리로 이끌었다. 하지만 반탁신 진영은 선거 결과에 불복하며 대규모 도심 시위를 벌였다. 2008년에는 친탁신당이 사면을 추진하자 반탁신파인 옐로셔츠 세력이 정부청사와 방콕 국제공항을 점거하는 등 극렬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지난 7월 총선 이후에도 친탁신과 반탁신 세력의 대립은 여전한 상태다. 이에 따라 잉락 정부가 사면 추진을 강행할 경우 태국 정가가 순식간에 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싱가포르 동남아시아연구소(ISEAS) 미카엘 몬테사노 연구원은 “사면을 국왕에게 청원한 것은 매우 도발적인 것으로 반탁신 세력을 격분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콩=정용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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