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 불황 다가온다

중앙일보

입력

어느 벤처 캐피탈리스트가 ''젊은 피 법칙(?)''에 입각해 공개적으로 선언을 했다. "27세를 넘긴 사람이 창업한 회사에는 결코 투자하지 않겠다"

한편, 완전고용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40대 중장년층들은 일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며 아우성이다. 물론, 나이 40줄 넘어서 한 두 차례 성공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면 예외겠지만 떼돈을 벌어본 적이 없다면 낙오자 취급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인생의 고사목으로 취급되는 셈이다. 레이 크록(Ray Kroc)같은 사람들은 어떻게 나이 쉰둘에 맥도날드(McDonald''s)를 창업한 기업가로 변신할 수 있었는가 따위의 얘기는 이 자리에서 하지 않는게 좋을 것 같다. 사람들은 시대가 바뀌었다고들 한다. 정말 바뀐 것일까?

자금조달만 어려운 것이 아니다. 나이 50을 넘기면 구직 기회는 더욱 줄어들고 만다. 60세 이상의 구직자라면 더 이상 말할 필요 조차 없다. 패스트푸드점 견습생을 제외하고 다른 일자리를 구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노릇이다.

문제는 능력이 아니다. 일하는 방식이다. 고령의 직원과 다수 경영자들은 청년 근로자들처럼, 또는 신문에서 만날 수 있는 나이 어린 경영자들처럼 일하지 않는다. 이들은 하루 16시간 동안 일하지 않는다. 또, 그렇게 할 생각도 없다. 이들에겐 가족이 있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실질적인 책임을 갖는다. 최근에 대학을 졸업한 사람 가운데 하이테크 관련 종사자들은 아예 데이트조차 하지 않는다. 사적인 책임도 없고 인생도 없는 것이다. 좋다! 아무튼 이런 것보다는 빵빵한 고속 인터넷 접속이 되고, 콜라와 주스를 무료로 제공해주는 사무실에서의 삶을 선호할테니까. 어디 그뿐이랴? 지하 식당에 자리잡은 뚱보 녀석이 너무 많은 피자를 주문하는 통에 남는 피자 조각을 공짜로 얻어 먹을 수도 있을 테니까. 이것이 그들의 인생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이렇게 믿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둔 직원들에게나 어울릴 법한 구닥다리 회사와 스톡옵션을 꿈꾸며 무리하게 일하는 아이들로 가득찬 회사와는 경쟁이 안된다고.

어떻게 이런 아이들은 업무 처리에 대한 아무런 예비 지식도 갖추지 않은 채, 학교에서 곧장 뛰쳐나오는 것인지, 또 이것이 정말 유리한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 들려온다. 이처럼 잘 나가는 아이들은 해를 끼칠 수 있는 구식 회사의 낡은 사고방식에 얽매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녀석들은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는 것이다. 그들은 편견없이 사고한다. 볼멘 소리도 곧잘 한다. 물론, 일단 일이 진행되면, 그 일을 순조롭게 진행하기 위해 노련한 베테랑으로 변모하거나, 아예 사업가로 눌러앉아야 한다(야후!를 생각해보라).

무엇보다도 이 모든 이야기의 전제가 되는 것은 확실한 사업 아이디어다. 닷컴 사업 계획을 추진해 본 사람이라면 이미 잘 알고 있겠지만, 일부 사람들이 나머지 사람들보다 사업 수완이 뛰어나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또 일부 계획들은 쓸 데 없는 경우도 있다. 어쩌면 필자가 구식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경품제공 사이트들은 모두 어리석다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가 지금 목격하고 있는 것은 투자와 성공담에 반영돼있는 번영과 쇠락의 시대이다. 그것은 젊은 피와는 무관하다. 젊은 피 논쟁은 사이비다. 주식시장이 폭락하여 시장 경기가 정말로 악화된다면, 이 모든 얘기들은 끝나버리게 되는 것이다. 닷컴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며, 그 때문에 요즘 벌어지고 있는 주가하락에 그토록 당황하는 것이다. 그들이 흐느끼는 모습을 보라! 그들의 눈이 휘둥그레지는 것을 보라! 그들은 엄청나게 거만한데도 불구하고, 그들조차 자신들이 도박을 벌이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사실 하나.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벼락 경기는 이례적이라는 사실이다. 벼락 경기는 종종 발생하지만, 전시 경제 또는 불황이 정상이 아닌 것처럼 경제 호황도 정상은 아니다. 이들 모두가 위기 상황인 것이다.

사람들은 인격형성기나 성년초반을 거치는 동안(17세에서 30세까지의 시기로 생각된다) 그 시대의 테마에 영향을 받게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들 대부분에겐 1930년대 경제 공황을 겪은 부모님이 계시며 "그 시기가 결코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또는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몰라 근심했다"는 이야기들을 듣곤 한다. "내가 너만한 나이 때 우린 하루 5센트를 받으려고 일했단다. 그 당시엔 그것도 좋은 돈벌이였지!"라는 말 처럼.

이 젊은 닷컴 경영자들에게 이런 상황이 발생해서, 현실적인 직업을 구해야한다면 어떻게 될까? 자신의 현금을 가져다가 국채에 투자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그들은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분야에 다시 돈을 쏟아부을 것이다. 투기성 사업이나 주식 관련 사업, 닷컴 회사나 그와 비슷한 부류의 사업에 쏟아부을 것이다. 그들이 살아있는 동안 다시 호황기가 찾아온다면, 그 때 최고의 지위에 오르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그들은 비즈니스 사상 최악의 투자가 내지 최악의 매니저들이 될 것이며, 시간이 흐를수록 이 나라를 파멸로 몰아가게 될 것이다. (이 같은 예측을 너도 나도 하기 전에, 기록으로 남겨둬야 하겠다!) 결론은 이렇다. 1929년 대공황에 버금가는 불황이 다시 찾아올 것이다. 필자는 위와 같이 단언한다.

허리케인 속에서는 돼지도 날아다닌다는 사실을 우리는 늘 망각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는 이처럼 날아 다니는 돼지들이 많다. 우리가 알아채지 못할 뿐이다.

John C. Dvorak, PC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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