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캐럴에 고엽제 드럼통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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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경북 칠곡 캠프 캐럴 미군기지 내부 지하수를 한국 정부 조사단이 분석한 결과 미미한 분량의 고엽제 관련 성분이 검출됐다. 하지만 미군 측 분석에서는 이 성분이 검출되지 않아 한·미 양측이 조만간 다시 분석하기로 했다.

 한·미 공동조사단은 9일 경북 칠곡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캠프 캐럴 고엽제 매립 의혹 관련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공동조사단은 과거 화학물질 야적장으로 사용됐던 기지 내 41구역의 지하수 관정 5곳에서 지하수를 채취해 한·미 양측이 각각 분석한 결과 한국 측 분석에서 고엽제 관련 성분인 2,4,5-T가 0.161ppb(1ppb=10억분의 1) 농도로 검출됐다고 밝혔다. 미군 측 분석에서는 관련 성분이 아예 나오지 않았다.

 미군은 제초제인 2,4,5-T와 또다른 제초제인 2,4-D를 일대일로 혼합해 고엽제(에이전트 오렌지)를 만들었으며, 고엽제 제조 때 생기는 2,3,7,8-TCDD라는 다이옥신 성분이 치명적 독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또 캠프캐럴 인근 지역 지하수 관정 1곳에서도 극미량의 2,4-D(0.00088ppb)와 2,4,5-T(0.00178ppb)가 검출됐으나, 다시 분석했을 때는 검출되지 않았다고 조사단은 설명했다.

이에 따라 고엽제 매립 여부는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에 발표될 기지 내부 토양조사 결과가 나와야 최종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동조사단은 또 7월 말 캠프 캐럴을 방문한 전역 미군 스티브 하우스가 고엽제 드럼통 매립 지역으로 지목한 헬기장 남쪽 경사지에 대해 지난달 지구 물리탐사를 실시했으나 금속성 드럼통 매립을 나타내는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공동조사단의 미군 측 대표 버치 마이어(대령) 주한미군사령부 공병참모부장은 “그동안 관련 기록을 조사한 결과 캠프 캐럴에서 1981년 농약이나 솔벤트·제초제 등의 화학물질을 미국 유타주로 옮겨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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