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 큰손’ 여론조사에도 급이 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여론조사는 정치판을 움직이는 ‘큰손’이다. 최근의 ‘안철수 신드롬’도 결국은 여론조사에서 출발한 것이다. ‘안철수 바람’이 초대형이란 점에는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이견이 없다. 하지만 홍수처럼 쏟아지는 안 원장과 관련한 각종 여론조사도 가릴 건 가려서 봐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2006년 지방선거 때 특정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했다가 중앙선관위에 고발당한 업체도 이번에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고 말했다.

 또한 상당수 업체는 ARS(자동응답시스템)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해 발표했다. ‘전화면접’ 조사에 비해 ARS 조사는 응답률이 낮고, ‘표본의 대표성’도 제대로 확보하기 어렵다. 응답자들이 특정 연령층이나 직종에 편중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6일 모노리서치의 ARS 조사에선 안 원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이 42.4% 대 40.5%였으나 7일 코리아리서치의 전화면접 조사에선 36.1%(안) 대 40.6%(박)로 차이가 났다.

 표본추출 방식도 중요하다. 과거엔 여론조사 업체들이 전화번호부에 근거해 표본을 뽑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전화번호부 등재 가구보다 비등재 가구가 더 진보적 성향을 띤다. 그래서 요즘은 RDD(Random Digit Dialing) 방식을 도입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RDD 방식은 컴퓨터가 무작위로 전화를 거는 방식이다. 전화번호부 미등재 가구를 조사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으나 비용·시간이 많이 든다. 표본수도 일반적으론 1000명(95% 신뢰수준에서 오차범위 ±3.1%포인트)을 대상으로 하지만 이번엔 500명(오차범위 ±4.4%포인트)에 그친 경우도 있었다.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강흥수 교수는 “안 원장에 대한 긍정적인 보도가 쏟아질 때 조사를 하면 지지율에 거품이 낄 수도 있어 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