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핵잠 ‘돌고루키’ 동해 배치 … 중국, 항모전단 창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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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동아시아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경쟁적으로 해군력을 증강하면서 역내 해역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는 올해 안에 최신예 핵잠수함을 태평양함대 사령부에 배치할 계획이다. 중국은 최근 시험운항에 들어간 바랴크함 외에 신형 핵항공모함을 건조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격용 새 함대 창설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과 미국이 남중국해에서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까지 이에 합류해 동아시아 해역에서 해상 군비경쟁이 한층 가열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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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일본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러시아가 소련 붕괴 뒤 처음으로 건조한 최신예 핵잠수함 ‘유리 돌고루키’함을 연내에 태평양함대(사령부 블라디보스토크)에 배치할 예정이다. 신문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5일 여당인 통일러시아당의 집회에 참석해 “새 잠수함에 대한 테스트가 잘 진행되고 있어 연내에 태평양함대에 인도될 것”이라 고 말했다.

 러시아는 1990년대 유리 돌고루키함 개발에 착수해 2007년 진수했다. 하지만 잠수함에 탑재될 사정거리 8000㎞의 탄도 미사일 ‘불라바(철퇴)’의 시험발사 실패로 실전배치가 수년간 늦춰졌다. 그러다 지난 6월과 8월 불라바 시험발사가 잇따라 성공했고, 이에 고무된 푸틴 총리는 연내 태평양함대 배치 계획을 밝혔다.

새 잠수함의 모항은 캄차카반도의 군항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이 밖에 프랑스에서 도입한 미스트랄급 상륙함도 태평양 함대에 배치할 계획이라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이럴 경우 동아시아 해역에서 러시아의 해군력이 크게 향상돼 한국과 미국·일본에 상당한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도 해군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은 상하이 인근 창싱다오(長興島)의 장난(江南)조선소에서 5만~6만t급 항모 2척을 제작 중이라고 전했다. 디젤엔진을 사용하는 바랴크함과 달리 2척 모두 핵추진 항모가 될 것이라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이에 대해 홍콩의 군사전문가들은 “중국이 복수의 항모 전단을 구성해 영토분쟁이 있는 남중국해는 물론 서태평양과 인도양까지 작전반경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중국은 북해·동해·남해의 기존 3개 함대 외에 남중국해의 전략 요충지인 하이난다오 싼야에 2개의 항모 전단으로 이뤄진 제4함대를 신설할 계획이라고 홍콩 명보(明報)가 7일 보도했다. 중국이 제4 함대 창설에 나선 것은 공격형 함대를 별도로 두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홍콩=정용환 특파원

◆유리 돌고루키(Yuri Dolgo rukiy)함=소련 붕괴 뒤 러시아가 처음으로 건조한 최신예 핵잠수함. 2007년 완성됐다. 12세기에 크렘린궁을 지어 오늘날 모스크바의 기원을 만든 영웅 유리 돌고루키 대공의 이름에서 따왔다. ‘유리 돌고루키’는 러시아어로 ‘긴 팔(돌고루키)의 유리’를 뜻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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