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대학 ‘삼성 안드로이드’ 과목 개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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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터키 이스탄불 중심가 제바히르 쇼핑몰의 가전매장 입구. 삼성전자 스마트TV가 전면 배치돼 있다.


터키 이스탄불의 유명 대학인 바흐체쉐히르 대학엔 다음 달 10일부터 ‘삼성 안드로이드’란 이름의 강의가 생긴다. 삼성 스마트폰(갤럭시 시리즈)의 운영체계(OS)인 안드로이드에 대한 내용을 주제로 한 강의다. 이 과목은 삼성전자 터키법인과 이 대학의 산학협력을 통해 생겨났다. 삼성전자 터키법인의 직원이 매주 한 차례씩 강의실을 찾아 수업을 도울 예정이다. 삼성전자 터키법인 홍성룡 법인장은 “최근 터키 현지에서 불고 있는 모바일과 삼성전자에 대한 관심을 반영해 과목을 개설하게 됐다”며 “이 과목을 통해 현지에 우리 회사와 제품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형제의 나라’로 알려진 터키에서 삼성전자의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해 8억7000만 달러(약 9400억원)이던 삼성전자 터키법인의 매출은 올해 15억 달러(약 1조6100억원)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매출 목표는 20억 달러(2조1470억원)다.

 터키는 전통적으로 현지업체가 강한 곳이다. 유럽과 아시아 지역의 중간 지점에 위치하고 있어 유럽 전자업체들도 터키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때문에 이 같은 삼성전자의 성장세는 현지에서도 매우 이례적인 경우로 받아들여진다.

 지난 5일 오후(현지시간) 찾아간 터키 이스탄불 중심가의 제바히르 쇼핑몰에 있는 한 가전매장의 입구는 수백 대의 삼성전자 TV로 채워져 있었다. 현지 직원인 알페르 슈페는 “삼성전자 제품은 일본이나 유럽업체보다 더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인식되고 있다”며 “삼성 TV가 있는 집은 일단 부잣집으로 보면 된다”고 전했다. 성공 비결은 철저한 현지화다.

 현지인을 고용하는 것을 넘어 현지인 취향을 고려한 제품을 개발한다. 홍 법인장은 “터키인 블로거와 함께 터키 지역 전용 앱을 자체 개발해 출시 중”이라며 “화끈한 터키인들 성격 맞춰 주로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중심”이라고 말했다.

 터키 소비자들의 생활양식에 맞는 지역 특화품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냉동실 온도를 조정해 냉장실로 쓸 수 있는 스마트 냉장고 ‘카이라’가 대표적이다. 이 제품의 높이는 현지 가옥 구조에 맞춰 70㎝다.

 선진국 시장과 동시에 제품을 출시하는 전략도 호응을 얻고 있다. 애플의 아이패드 등이 미국에 출시된 지 8개월 만에 터키에 나온 데 반해 삼성은 갤럭시를 포함한 신규 제품을 한국과 거의 동시에 출시했다. 터키 최대의 가전제품 유통회사인 테크노의 메흐메트 나네 최고경영자(CEO)는 “삼성의 최대 장점은 ‘지불한 돈만큼 가치를 주는 제품’을 내놓는다는 것과 애플 등과 달리 신규 제품을 동시 출시한다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삼성전자는 또 현재 이스탄불 중심인 유통망을 지방으로 적극 확대하고 있다. 지역 여건에 맞춰 시장을 공략하기도 한다.

 홍 법인장은 “수도인 앙카라 서쪽은 쇼핑몰 중심, 동쪽은 삼성 단독 브랜드숍을 주로 판매 채널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또 1984년 터키 시장에 진출한 이래 낙후 초등학교 개선, 아동·청소년을 위한 교육센터 설립, 참전용사 가정 대학생 장학금 지원 등 사회공헌 활동도 활발히 벌이고 있다.

이스탄불(터키)=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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