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법대 72 … 얽히고설킨 곽노현 동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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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7일 곽 교육감이 서울시교육청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다. [김태성 기자]


박명기(53·구속) 서울교대 교수에게 후보 사퇴 대가로 2억원을 건넨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곽노현(57) 서울시교육감은 동갑내기 ‘대학 동기’들과 함께 수사를 받고 있다. 박 교수 측에 돈을 전달했던 강경선 방송통신대 교수와 교육감 선거 당시 곽 교육감 캠프 회계책임자로 박 교수 측과 이면합의를 한 것으로 나타난 이보훈씨다. 세 사람은 모두 서울대 법대 72학번이다.

 곽 교육감과 서울대 법대 72학번 동기들의 인연은 얽히고설켜 있다. 이들의 졸업앨범 첫 장에는 권재진 법무부 장관과 곽 교육감, 법무법인 바른의 강훈 대표가 나란히 실려 있다. 권 장관은 곽 교육감을 수사 중인 검찰의 인사권을 갖고 있는 책임자다. 최근에는 이명박 대통령에게서 ‘교육비리 척결’을 지시받기도 했다.

 강훈 대표가 이끄는 법무법인 바른은 이번 사건에서 박 교수 측 변호를 맡고 있다. 강 대표는 2005년 보수 성향의 ‘시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시변)’을 만들었고 현 정부에서 법무비서관을 지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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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법대 72학번은 모두 160명으로 성(姓)을 기준으로 가나다순으로 50~60명씩 세 반이 있었다. ‘ㄱ’으로 시작하는 성 때문에 세 사람은 모두 A반이었다고 한다. 같은 반 동기였던 한 법조인은 “당시 같은 반에 있는 동기들은 3학년 때까지 함께 수업을 들었다”며 “당연히 곽 교육감과 권 장관도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 사람이 특별히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다고 동기들은 입을 모았다.

당시 서울대 법대는 출신 고교별로 어울리는 경향이 있었는데 곽 교육감은 경기고를, 권 장관은 경북고를 나왔기 때문이다. 두 사람과 같은 반이었던 한 변호사는 “곽 교육감까지 동기 세 사람이 수사를 받고 권 장관이 책임자라니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또 졸업앨범을 넘기다 보면 노무현 정부 때 법무부 장관을 지냈던 민주당 천정배 의원과 박시환·차한성·신영철 대법관의 젊은 시절 모습을 볼 수 있다. 동기인 대법관들이 곽 교육감 사건 재판을 맡을지도 관심이다. 박 대법관의 경우 11월 임기(6년) 만료로 퇴임하지만 나머지 두 대법관은 3심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

글=구희령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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