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의 내 맘대로 베스트 7] 영화 속의 9·11 테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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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영화 ‘2001년 9월 11일’


10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그날은 잊을 수 없다. 뉴욕이 화염 속에 잠겼던,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던 그날. 9·11 테러 10주기를 맞이해 영화가 담아낸 그 흔적을 되짚어 보았다. 짧지 않은 시간이 지났지만 다시 떠올려 보니 그 처참한 현장은 여전히 생생하다.

김형석 영화 칼럼니스트 mycutebird@naver.com

7내 이름은 칸

9·11 이후 인도계 미국인들이 겪는 일을 그린 픽션. 테러가 미국인들 사이에 어떤 균열을 만들어냈는지 보여준다. “나는 테러리스트가 아닙니다!” 칸의 외침은 인상적이나 그가 애국주의와 영웅주의의 대상이 된다는 점은 이 영화의 한계다.

6루즈 체인지

9·11에 대한 음모론을 주장하는 다큐멘터리. 이 영화에 의하면 테러를 저지른 주체는 알카에다가 아니라 부시 정권이며, 세계무역센터는 외부의 비행기가 아니라 내부의 폭탄에 의해 무너졌다. 신뢰하긴 힘든 내용이나 의혹투성이였던 미 정부의 발표가 ‘루즈 체인지’를 낳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든다.

5플라이트 93

2001년 9월 11일 시도됐던 네 건의 테러 중 유일하게 실패로 돌아간 유나이티드 93 테러. 영화는 당시 기내의 상황을, 당시 승객들이 가족들과 나누었던 통화 내용을 기반으로 재현한다. 부시 행정부의 늑장 대응을 비판하기도 하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탑승했던 미국 시민들의 영웅적 행동에 대한 칭송과 희생자에 대한 추모.

4레인 오버 미

2001년 9월 12일부터 그의 인생은 심장이 뜯어져 나가는 듯한 고통의 심연으로 빠져들어갔다. 9·11이 미국인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남겼는지, 테러로 아내와 세 딸을 잃은 남자 찰리(애덤 샌들러)를 통해 보여주는 ‘레인 오버 미’. 찰리는 말한다. “과거에 대해 기억하는 게, 기억나는 게 너무 싫어.”

3월드 트레이드 센터

참사 현장에선 구조에 뛰어들었던 수많은 경찰과 소방대원도 목숨을 잃었고, 소수의 생존자들만이 있었다. 올리버 스톤 감독은 당시의 실화를 영화로 옮기며, 인간이 얼마나 중요하고, 그들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하고 의지하는지 보여준다.

2화씨 9/11

논란도 많고 지지자도 많았던 ‘화씨 9/11’은 어쩌면 부시의 재선을 막기 위한(비록 실패했지만) 다큐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테러의 원인을 파헤치기보다 보고를 받은 후에도 눈만 깜박이고 있는 부시의 멍청한 모습을 보여주며, 그와 중동의 석유 부호 사이의 관계를 파헤치며, 테러 방지법과 파병을 비판한다. 할리우드의 공화당 지지자들은 ‘섭씨 41.11’를 급히 제작해 맞서기도 했다.

12001년 9월 11일

‘11′09″01 - September11’이라는 원제처럼 이 영화는 11명의 감독이 만든 11분 9초 1프레임의 단편을 모은 옴니버스 영화다. 미국을 비롯해 이란·이집트·인도·멕시코·보스니아 등 전 세계 감독들은 9·11 테러가 지구촌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보여준다. 미국 중심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다양한 역사적·문화적 맥락에서 9·11의 의미를 되새기고 확장시킨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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