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만나는 EBS 다큐멘터리 『학교란 무엇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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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 많이 해주기, 다독 습관 길러주기, 아이 성향에 맞는 학원 골라 보내기는 교육에 관심 있는 부모라면 한번쯤 실천해 봤음 직한 교육법이다. 이런 ‘소문난 교육법’이 과연 우리 아이를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이 있는 우등생으로 만들어줄까. EBS 다큐멘터리 제작팀은 1년2개월 동안의 취재를 통해 학부모들이 믿고 따르는 이 방법을 집중적으로 조명한 다큐멘터리 ‘학교란 무엇인가’를 방영한 데 이어 최근 같은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우리 아이가 최고’라는 식의 무의미한 칭찬은 자녀의 뇌를 칭찬중독 상태에 빠뜨릴 뿐이라는 실험 결과를 내놓아 학부모들을 놀라게 했다. 결과에 대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으면 아이의 뇌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에게 자신감을 주고 동기를 부여하는 칭찬 방법도 제시했다. 아이가 노력한 과정을 인정해주고,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지 알려주는 칭찬 방식을 추천하고 있다.

독서에 대한 면밀한 분석도 학부모들의 고정관념을 무너뜨렸다. 효과적인 독서법은 아이에게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는 게 아니라 부모가 직접 읽어주는 것이란 사실을 실제 사례를 통해 입증했다. 이 책은 각종 교육기관과 학교가 경쟁적으로 발표하는 필독도서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다. 학년별로 읽어야 할 책을 미리 정해놓고 강제로 권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정작 책 고르는 기쁨을 빼앗는 일이라는 설명이다. 사교육의 폐해에 대한 지적은 더욱 날카롭다. 사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자신에게 맞는 학습방법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한 부모의 노력이 결국 아이의 학습능력을 방해하는 방향으로 역주행해 왔음을 파헤친 것이다.

EBS 다큐멘터리팀이 내린 결론은 단순하다. 아이가 정직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라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자신과 남을 속이며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것으로는 결코 성적을 올릴 수 없다는 것이다. 가정과 학교는 아이가 좋아하고 즐기는 일을 찾아 결과와 상관없이 과정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모와 교사가 결과에 집착하는 순간 누구나 믿어 의심치 않는 양육방법조차 교육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주입식 교육으로 변질되고 만다는 것이다.

원칙을 지켜 눈부신 교육 성과를 거둔 이들의 이야기도 빠뜨리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소위 0.1%에 속하는 영재들은 부모와 어떻게 대화를 나누는지, 자신의 학습법을 어떻게 찾았는지를 진단했다. 저자들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아무도 실천하지 않고 있는 양육법을 용기 있게 행동에 옮길 때라고 강조한다. 

박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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