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맥주사들, 유사음료로 골머리 앓아

중앙일보

입력

국내 맥주회사들의 맥주캔을 본뜬 무알콜 맥주가 노래방을 중심으로 급속히 퍼지고 있다.

노래방에서 맥주로 착각하고 마시는 고객들이 많지만 맥주회사들은 묘책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시중에 유통되는 '유사맥주' 는 카스류가 11종에 이르고 하이트류는 7종 정도다.

캔의 색깔과 디자인이 진짜맥주와 거의 똑같고 알파벳만 살짝 바꿔놓았다.

하이트(HITE)를 모방한 제품의 경우 기존의 영문 알파벳 중 한글자를 다른 알파벳으로 바꿔 HIJE.HIFE.HIVE.KITE 등의 상표를 달았다.

IHTE.HTIE처럼 기존의 알파벳 순서를 살짝 바꾼 상표도 있고 HIT처럼 한글자를 빼기도 했다.

카스(CASS)는 정도가 더 심하다. Gass.Cask.Caos.Cacs.Caes.Caus.Cap' s.Case처럼 알파벳 상표명에서 알파벳 한글자를 다른 글자로 바꿔치기 했다.

Caeres.Cups라고 아예 두 글자 이상 바꾼 상표도 있고 CLASS라고 알파벳 한글자를 더 넣은 제품도 있다.

카스맥주 안드레 웩스 사장은 "우리회사 고객감동팀에 걸려오는 전화의 3분의 1은 가짜맥주를 고발하는 내용" 이라며 "이같은 유사제품이 카스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뿐 아니라 소비자들에게도 피해를 줘 단속이 절실하다" 고 말했다.

이들 유사맥주의 원산지는 벨기에.네덜란드.필리핀.미국.독일.중국 등 다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맥주회사 관계자들은 이 제품생산을 사실상 주도하는 사람이 국내에 거주하는 한국인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무알콜 맥주를 생산하는 외국의 영세업체에 생산을 주문해 수입한다는 것이다.

수입가는 한캔에 2백90원 정도지만 노래방에서 3천원 안팎에 팔리고 있다.

하이트는 무알콜음료 '히트(HIT)' 를 팔고 있는 K무역업체를 상대로 의장등록 무효심판 소송을 진행 중이다.

카스맥주는 지난 20일 저알콜음료 '가스(GASS)' 를 제조.판매하는 A사를 상대로 부정경쟁행위중지 가처분신청을 서울지법에 냈다.

이에 대해 제소당한 한 무알콜 맥주업체 관계자는 "음료제품 등의 상표로 등록을 마치고 사용하는 것" 이라며 "맥주를 팔지 못하는 노래방에서 맥주맛 음료를 팔고 있어 잘못이 없다" 고 주장했다.

최준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