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쟁명:유주열] 홍콩의 리커창(李克强)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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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홍콩을 다녀왔다. 마침 그 때 리커창 부총리가 홍콩의 노인복지시설에서 몸이 불편한 노인의 손을 잡고 위로하는 장면이 TV에 보도되었다. 도날드 창 행정장관이 수행하는 리 부총리의 민생행보는 원자바오 총리를 상기시켰다.

리부총리는 홍콩에서 개최된 중국의 12-5계획과 관련 경제포럼에 기조연설을 위해 訪香중이었다. 무엇보다도 홍콩의 시민들은 장핑(張平)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주임, 천더밍(陳德銘) 상무부장,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장을 대동한 리부총리를 환영하고 있었다.

1997년 주권반환 이후 홍콩의 경제는 점차 중국 의존형이 되고 있다. 홍콩 무역총액의 50%가 중국과의 거래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홍콩을 찾는 관광객 60%가 중국손님이다. 홍콩의 부동산 값을 올려 놓은 것도 중국의 부자들이다. 홍콩의 길거리에서 北京 보통화를 쓰는 사람을 쉽게 만날 수있다.

그럼에도 홍콩사람들은 불안하다. 아시아 제일의 금융중심으로 자부해 왔지만 최근 상하이나 싱가폴의 도전을 받고 있다. 카지노로 특화하여 세계 제일의 카지노 엔터테인멘트의 중심이 된 마카오는 일인당 소득이 홍콩을 앞지르고 있다. 마카오와 주하이는 헝친다오(橫琴島)특구를 만들어 홍콩의 자본을 끌어 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 리부총리가 중국의 의료 법률시장을 포함한 서비스시장을 홍콩에 개방하고 홍콩기업에 의한 중국본토에 인민폐투자를 장려하는 등 홍콩경제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딤섬 본드라고 부르는 200억 위안의 중국국채의 홍콩발행을 주관하였다.

리 부총리는 홍콩 주권반환 당시 공청단의 제1서기 자격으로 홍콩을 다녀 갔지만 정치국 상무위원으로서는 처음이다. 업무상 부총리는 홍콩방문에서 제외된다. 홍콩∙마카오를 담당하는 영도소조 조장인 부주석외에는 국가주석 또는 총리 정도이다. 따라서 리 부총리의 방홍은 그의 입지가 격상되었음을 의미한다. 부동의 2인자인 시진핑(習近平)부주석과 달리 리 부총리는 상당기간 왕치산부총리의 활동에 가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홍콩대학 개교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여 영어로 스피치하는 등 지난해 스위스 다보스회의 참석이후 대외적으로 영어 잘하는 중국의 최고 지도자의 입지도 부각시켰다. 이는 장쩌민(江澤民)전 주석의 와병으로 2012년 10월 제18차당대회에서 예상되었던 왕부총리와의 경쟁이 조기에 끝났다는 의미로 해석하기도 한다.

유주열 전 베이징총영사=yuzuyou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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