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라더니 … 곽노현 측, 차용증 받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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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검찰 소환 조사를 하루 앞둔 4일 서울 서초동 한 변호사 사무실에서 면담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오종택 기자]

곽노현(57) 서울시교육감이 지난해 5월 선거 때 박명기(53·구속) 서울교대 교수 측과의 후보 단일화 거래 이면합의 내용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으로 검찰이 잠정 결론을 내렸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4일 본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곽 교육감이 지난해 5월 18일 이면합의 내용을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이면합의 내용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혐의 입증에는 별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앞서 곽 교육감 측 회계책임자였던 이보훈씨는 지난 2일 “지난해 5월 18일 박 교수 측 선거대책본부장이었던 양모씨와 이면합의를 맺은 사실이 있지만 곽 교육감은 같은 해 10월에야 이 사실을 알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씨를 4일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곽 교육감 측이 “박 교수에게 2억원을 선의로 줬다”는 주장과 달리 돈을 주면서 차용증을 받았다는 박 교수의 진술도 확보했다.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5일 오전 10시 곽 교육감을 소환해 이면합의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와 후보 사퇴의 대가로 2억원을 준 것인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앞서 이면합의를 맺은 이씨와 양씨, 곽 교육감 측 후보 단일화 협상대리인이었던 김모씨를 2~4일 불러 이면합의 당시의 상황과 곽 교육감의 인지 여부를 조사했다.

 한편 곽 교육감은 4일 변호인들과 만나 검찰 조사에 대비했다. 조신 시교육청 공보관은 “이날 오전 소환 준비를 위해 자택을 나섰다”며 “곽 교육감이 5일 교육청으로 출근해 업무를 본 뒤 검찰로 갈지, 자택에서 바로 검찰청으로 향할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곽 교육감은 2일 오후 교육청 실·국장들과 면담을 하고 자신의 공석 중 차질 없이 업무를 수행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번 사건 이후 침묵을 지켜온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입장을 표명했다. 전교조는 이날 서울지부 명의의 특별결의문을 통해 “우리는 곽노현 교육감에 대한 인간적 신뢰와 정책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이유가 없다”며 “모든 정치 공작과 무책임한 폭로에 맞서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와 관련해서는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을 위법적으로 언론에 마구 흘려 의혹을 부풀리고 있다”며 “곽 교육감 개인뿐 아닌 민주진보진영 전체를 죽이기 위한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했다. 당초 전교조 내부에서는 곽 교육감과 선을 그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지만 진보진영 전체에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이란 우려 속에 본격적인 ‘곽노현 구하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글=윤석만·채윤경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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