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도 세력도 없는 안철수 … 1995년 박찬종 신기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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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서울시장 후보자 TV토론에서 민주당 조순, 무소속 박찬종, 민자당 정원식 후보(왼쪽부터)가 손을 잡고 있다. [중앙포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무소속 후보로 출마할 경우 어느 정도 파괴력이 있을까. 5번의 역대 서울시장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1995년 6·27 지방선거(제1회)에서 박찬종 후보가 33.5%를 득표한 것이 무소속이 얻은 최대 득표율이다. 당시 그는 여당(민자당)의 정원식 후보(20.7%)를 꺾었지만 민주당 조순 후보(42.4%)에게 뒤진 2위를 차지했다. 박찬종 전 의원은 90년 3당 합당(민자당)에 동참하지 않은 뒤 92년 12월 대선 때 신정당을 만들고 대통령 후보로 출마해 151만 표(6.4%)를 얻었다. 3년 뒤 TV 우유 광고 출연으로 ‘무균질 정치인’으로 불리는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서울시장에 도전했지만 거대 정당의 조직세를 넘지 못했다. 이후 서울시장 선거는 2회째의 고건(53.5%) 대 최병렬(44.0%), 3회째의 이명박(52.3%) 대 김민석(43.0%), 4회째의 오세훈(61.1%) 대 강금실(27.3%), 5회째의 오세훈(47.4%) 대 한명숙(46.8%)에 이르기까지 한나라당과 민주당 후보 간 2파전으로 진행됐다. 이때 나온 무소속 후보들의 득표율은 0.3~2.5%에 불과했다.

 안철수 원장이 무소속 후보로 나설 경우에도 TV 광고 스타로 인기를 누린 박찬종 전 의원처럼 반짝 떴다 뒷심이 달려 당선권에서 멀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나라당·민주당이 갖고 있는 서울시 전역의 당 조직, 선거 지원에서 큰 역할을 하는 국회의원·구청장·시·구의원 같은 원군이 안 원장에겐 없는 만큼 실제 득표력엔 한계를 노출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서울시 유권자 중 ‘지지 정당이 없다’고 응답하는 무당파가 30% 안팎으로 많은 편이고, 안 원장이 민주당 등 야권 지지층을 흡수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서울대 강원택 교수는 “20년간 양당 정치에 염증을 느끼는 유권자가 어느 때보다 많기 때문에 안 원장이 바람을 일으킬 여지가 있다”며 “안 원장이나 박원순 변호사가 무소속으로 나와 시장에 당선되면 내년 총선이나 대선에서 제3의 세력이 등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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