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재선 성공할 수밖에 없는 9가지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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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이래 일곱 번의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모두 정확하게 예측해 유명해진 학자가 있다. 주먹구구식 분석이 아닌 자신만의 과학적인 예측 모델을 통해서다. 주인공인 앨런 리치트먼(Allan Lichtman·64·역사학) 아메리칸대 교수가 2012년 미 대선에 대해 처음 입을 열었다. 리치트먼 교수는 경기 침체와 이에 따른 지지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내년 대선에선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현 대통령이 재선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인터넷에 공개된 ‘유에스 뉴스 & 월드 리포트’에서 그는 “나조차도 보수화되고 있긴 하지만, 오바마가 내년 대선에서 패배할 가능성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NYT) 등 주요 미 언론도 이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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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역대 대선 7차례 맞힌 리치트먼 교수 … 내년 대선을 말하다

 그는 ▶의회 장악 ▶당내 경쟁 ▶현직 프리미엄 ▶제3의 정당 출현 가능성 ▶단기적 경제상황 ▶장기적 경제상황 ▶정책 변화 ▶사회적 불안정 ▶정권 스캔들 ▶외교·군사 분야의 실패 ▶외교·군사 분야의 성공 ▶카리스마 ▶도전자의 카리스마 등에서 밝힌 13개 요소를 분석해 당선 가능성을 예측한다. 리치트먼은 “이 중 6개 이상에서 ‘긍정’으로 나타난 후보는 한 번의 예외도 없이 대통령에 당선했는데 오바마는 9개에서 긍정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리치트먼은 “현직 프리미엄과 정권 차원의 큰 스캔들이 없는 정부라는 점이 오바마 승리의 첫 요인”이라고 밝혔다. 당내 경쟁자가 없고 제3당 출현 가능성이 전무한 점, 지속적인 사회 불안정이 없는 점도 꼽았다. 외교·안보 분야에서 큰 실수가 없었고 오사마 빈 라덴 사살이라는 업적을 이룬 점도 후한 점수를 받았다. 건강보험 개혁을 비롯해 과거 정권과의 정책 차별화에도 성공했다는 평가다.

 반면 장기적 경제상황이 좋지 않고 현직 대통령으로서의 카리스마가 부족한 점,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하원이 야당인 공화당에 넘어간 점은 대선 승리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리치트먼은 “오바마는 2008년 당선 당시의 카리스마를 잃었지만 공화당 대선주자들에게도 카리스마는 찾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앨런 리치트먼

리치트먼은 92년·2008년 대선 예측으로 명성을 얻었다. 92년 당시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은 걸프전 승리로 인기가 높았지만 13가지 요소를 따져봤더니 아칸소 주지사 출신 빌 클린턴 후보의 승리로 예측됐다. 이는 적중했다.

그는 “당시 클린턴 캠프의 한 참모가 전화를 걸어 ‘예측대로 이길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 나는 확실히 그럴 거라고 말해주면서 내 책과 메모를 보냈다”고 회고했다. 리치트먼은 2005년 “정치 상황이 공화당에 너무 불리해 심지어 전화번호부에서 아무나 골라 민주당 후보로 내세워도 2008년 대선에서 당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08년 대선에선 초선 상원의원이던 버락 오바마 후보가 당선했다. 리치트먼 교수는 2008년 대선 하루 전날인 11월 3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80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취임 이후 30년 가까이 미국 사회를 지배하던 보수의 시대가 종말을 고했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리치트먼 교수=하버드대 박사 출신으로 1981년 역사 통계를 활용한 13개 요소로 대선 결과를 예측하는 방법을 개발해 베스트셀러 『백악관으로 가는 열쇠(The Keys to the White House)』에 공개했다. 이를 바탕으로 84년 대선부터 예측 결과를 발표, 일곱 번 모두 승자를 정확히 맞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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