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주요 부품 6종 추석 전 다 바꾼다더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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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지난달 31일 부산을 출발해 서울로 향하던 KTX 318호 열차가 출발 1시간30분 만인 오후 10시25분쯤 칠곡IC 부근에서 멈춰섰다. 사고 열차의 기관사는 열차의 고장 원인을 찾지 못하고 차량의 모든 전원을 껐다가 5분 뒤 재시동을 걸고 다시 출발했다. 하지만 차량 속도가 평소(시속 300㎞)의 절반밖에 나지 않았고 뒤따르던 열차까지 모두 정체됐다. 코레일은 결국 대전역에서 다른 열차를 투입했고, 승객 200여 명은 서울역에 예정보다 30분 늦은 11시24분쯤 도착했다. 특히 승객들은 차량의 전원이 꺼지는 과정에서 안내조차 듣지 못하고 암흑 속에 불안에 떨어야 했다. 이번 열차는 그동안 잦은 고장을 일으켰던 KTX-산천이 아닌 프랑스에서 들여온 KTX-1 이었다.

 KTX의 이번 사고는 올해 들어서만 39번째다. 특히 이번 고장은 280만 명이 열차를 이용할 것으로 보이는 추석 대수송 기간을 앞둔 시점에 발생한 것이어서 불안감이 크다. 코레일 관계자는 1일 “사고 원인은 차상신호장치(車上信號裝置)가 고장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차상신호장치는 시속 300㎞ 이상으로 운행하는 KTX 열차의 핵심 안전장치로 기관사가 고속 차량 안에서 신호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각종 안전 신호를 계기판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코레일이 추석 전까지 마치겠다던 고장 우려 부품 교체 작업도 진행률이 86%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코레일은 올 2월 초 광명역 탈선 등 KTX 열차의 사고가 잇따르자 냉각 송풍기와 차륜(車輪·바퀴), 제동표시기(制動標示器) 등 주요 부품 6종을 추석 전까지 교체하고 동력접촉기(動力接觸器) 같은 부품 5종은 연말까지 갈아끼우겠다고 발표했다. 6개 부품 외에 나머지 5종까지 합칠 경우 전체 교체 작업률은 77% 정도다.

 코레일의 고장 부품 교체작업도 늦어지고 또 다른 부품에서도 고장을 일으키자 추석 열차표를 예매한 승객들은 불안해 한다. KTX 추석표를 예매했다는 한 승객은 “고장 안 나는 KTX 타기가 로또 확률이라고 한다”며 “ 안전하게 고향에 갔다 올 수 있는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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