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신데렐라, 브라질 무레르 “난 강하지 않다, 흘린 땀 믿었을 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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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비아나 무레르

파비아나 무레르(30·브라질)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가장 불운한 선수였다. 여자 장대높이뛰기에 출전한 그는 조직위원회가 장대를 분실하는 바람에 빌린 장대로 경기에 나섰다가 10위에 그쳤다.

 무레르가 3년 만에 ‘비운’의 꼬리표를 뗐다. 그는 지난달 30일 열린 세계육상선수권 여자 장대높이뛰기에서 4m85를 넘어 금메달을 땄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사상 브라질의 첫 금메달이었다. ‘대구의 신데렐라’가 된 무레르를 지난달 31일 대구 노보텔에서 본지가 단독으로 만났다.

 -우승을 축하한다.

 “한국에 온 적은 있지만 대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구는 특별한 곳으로 기억될 것이다.”

 -옐레나 이신바예바(29·러시아)보다 더 예쁜 것 같다.

 “(크게 웃으며) 고맙다. 하지만 외모보다 중요한 게 실력이다.”

 실력과 미모, 탄탄한 몸매를 겸비한 무레르는 브라질의 ‘미녀새’로 불린다. 광고와 잡지 모델 제안이 쏟아지고 있지만 그는 운동에만 전념하겠다며 모두 고사하고 있다.

 -‘대구의 신데렐라’라는 별명은 어떤가.

 “영광스러운 별명이 될 것 같다. 응원해 주고 내 우승을 지켜봐 주신 대구 시민들에게 매우 감사드린다.”

 -베이징 올림픽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악몽이었지만 이제는 잊었다. 돌이킬 수 없다면 빨리 잊고 미래를 준비하는 게 현명하다.”

 -여전히 가장 큰 관심을 받는 선수는 이신바예바다.

 “당연하다. 전혀 서운하지 않다. 그는 세계기록 보유자 아닌가. 많은 경험과 실력을 갖춘 선수다. 이신바예바가 있어 여자 장대높이뛰기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승이 열린 날은 이신바예바가 아닌 나의 날이었다.”

 -한국의 장대높이뛰기 선수들에게 조언한다면.

 “나는 빠르지도 강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어렸을 때 체조를 한 덕분에 점프 기술은 좋았다. 장점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했다. 자신을 믿고 끊임없이 훈련해야 한다. 지름길은 없다.”

 -내년에 런던 올림픽이 열린다.

 “내 인생에서 가장 큰 도전이 될 것이다. 약점인 도약을 집중적으로 보완할 생각이다.”

 대구=김종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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