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토론의 ‘미스터 로직’ 왕상한 교수 “발음 정확히 하려 혀밑 살 두 번 도려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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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에선 저더러 민주당 사람이라고 하고 민주당에선 한나라당 사람이라고 그러더군요.”

 KBS1 ‘심야토론’을 진행하는 왕상한(48·유니세프 특별대표·사진) 서강대 교수(법학)는 여야로부터 늘 이런 오해에 시달린다. 불꽃 튀는 토론의 현장에서 올곧게 중립을 지켜왔기 때문일 테다. 왕 교수가 2일 제38회 한국방송대상(TV 진행자 부문)을 수상한다. 2003년에 이어 두 번째다. 진행자 부문에서 두 차례 이상 수상한 건 왕 교수가 처음이다. 그는 “이번 수상은 지난해 12월 유니세프(UN 아동기금) 특별대표로 임명된 것 만큼이나 기쁜 소식”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왕 교수는 정돈된 말투와 외모, 매끄러운 진행 솜씨 덕분에 방송가에서 ‘미스터 로직(logic·논리)’으로 통한다.

그는 지난해 5월부터 KBS ‘심야토론’을 이끌고 있다. 지난 1년 3개월여 동안 ‘심야토론’은 탄탄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3개월간 전국 평균 시청률(2.18% · AGB 닐슨 조사)이 지상파 방송 3사 토론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앞선다. 특히 동일한 이슈에 대한 토론이 벌어졌을 경우 ‘심야토론’을 선택하는 시청자가 많았다.

 “토론 진행자는 ‘제3의 패널’이라고 생각합니다. 기계적인 중립을 지키는 게 아니라 토론이 균형을 잡고 진행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중립을 지켜야 합니다. 그래서 출연한 패널이 안하무인 격으로 나올 때는 시청자를 대신해서 쏘아붙이기도 하죠.”

 실제 왕 교수는 패널이 막무가내로 자기 주장만 펼치거나 말싸움만 되풀이할 때는 진행자로서 적극 개입하기도 한다. 예컨대 ‘심야토론’을 보다 보면 그가 패널들에게 “여긴 국회 상임위원회가 아니다” “여기 강의하러 나오신 거냐” 등 쓴소리를 하는 장면도 종종 볼 수 있다. 그는 “진보와 보수가 사사건건 충돌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안타깝다. 토론에서 양측이 함께 대안을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왕 교수는 2000년 EBS ‘난상토론’을 계기로 전문 토론 진행자의 길로 들어섰다. 학자 출신으로서 전문 방송인과 경쟁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발음이 부정확하다”는 지적을 받자 3년 전 두 차례나 혀 밑 살을 도려내는 수술을 받았을 정도다.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정당 행사를 멀리하고, 특정 입장을 밝히는 신문 기고·칼럼 등도 쓰지 않는다. 그는 “두 차례나 한국방송대상을 수상하고 보니 시사 토론 진행자로서의 숙명 같은 게 느껴진다”고 했다.

 “기회가 주어지는 한 시사 프로 진행자로서 제 역할을 다 하고 싶습니다. 자의로 진행자를 그만두는 일은 아마 없을 겁니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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