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이창호, 격렬한 전면 공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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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본선 32강전>
○·이창호 9단 ●·쑨리 5단

제4보(36~45)=이창호 9단의 동생 영호씨는 베이징에서 산 지 어언 10년이 넘었다. 중국말도 유창해 중국 갈 일이 많은 이 9단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이날도 검토실에 온종일 진치고 앉아 통역 노릇을 톡톡히 했다.

 쑨리 5단의 흑▲는 일종의 사석 전법에 속한다. ‘참고도 1’처럼 흑2를 하나 얻어 내면 A로 끊는 수는 없다(B의 장문). 그런 다음 4로 잡겠다는 게 쑨리의 생각이다. C로 움직이는 맛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A로 직접 끊을 수 없다는 건 백에도 작전상 상당한 장애가 된다. 백이 고분고분 받아 줄 수 없는 이유다. 박영훈 9단은 ‘참고도 2’ 백1, 3으로 잡아 충분하다는 견해를 밝힌다. 흑4로 잡을 때 5로 밀고 나가 백이 편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장고에서 깨어난 이 9단의 손이 36으로 움직인다. 37로 나가자 다시 38의 단수. 과격하다. 이창호 바둑이 언제부터 이렇게 과격해졌는가.

 이 9단은 40, 42로 잡더니 놀랍게도 44에 두고 있다. D로 끊지 않고 44로 둔 것은 흑 전체를 통째로 공격하겠다는 것. 36 때부터 준비했던 ‘폭탄’이다. 중국 쪽의 눈과 한국 쪽의 눈이 일제히 모니터로 쏠린다. 엄청난 회오리바람이 판 위로 불고 있다. 쑨리도 45로 잡았다. 백도 미생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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