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말 부탁해요, 아시아 첫 트랙 금메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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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자말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트랙 종목에서 아시아의 도전이 시작된다.

 이번 대회에서는 일본의 무로후시 고지(남자 해머던지기)와 중국의 리옌펑(여자 원반던지기)이 금메달을 따내며 아시아의 자존심을 세웠다. 둘의 무대는 필드 종목인 투척이었다. 남녀 합쳐 11개의 트랙 종목이 끝났지만 아시아 선수의 메달은 남자 110m 허들에서 준우승한 류샹(중국)이 유일했다.

 1일 열리는 여자 1500m 결승에서 바레인의 마리얌 유수프 자말(27)이 아시아 트랙 첫 금메달에 도전한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3회 연속 우승을 노린다. 자말은 지난달 28일 1차 예선을 4분07초04의 가장 좋은 기록으로 통과했다. 준결승에서는 경쟁자들 틈에 갇혀 어렵게 자리싸움을 벌이느라 고전했지만 막판 스퍼트로 결승 진출 자격을 얻었다.

 타고난 자질에 풍부한 경험까지 지닌 자말은 최근 5년간 여자 1500m를 대표하는 선수였다. 올 시즌 최고기록은 4분00초33으로 세계에서 가장 좋다. 시즌 2위도 그의 기록일 정도로 컨디션은 최고다.

 자말은 중장거리 왕국 에티오피아 출신이다. 일찌감치 중장거리에서 두각을 나타낸 자말은 스무 살인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하지만 에티오피아 육상연맹은 그를 대표팀에서 제외시켰다. 종족 간 대립이 심한 상황에서 자말은 소수파였다. 결국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망명이었다. 2004년 미국과 노르웨이에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그때 손을 내민 나라가 바레인이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개종할 수 없다’는 조건을 내걸었고 뜻을 이뤘다. 자말이 2005년 배꼽티를 입고 오슬로 대회에 출전하자 바레인 사회가 술렁였다. 정부에서는 배를 덮고 소매가 있는 헐렁한 윗옷과 무릎까지 내려오는 바지를 입힐 준비를 했다. 하지만 자말은 배꼽티만 포기하는 정도에서 타협했다.

 새색시 같은 외모를 지녔지만 플레이 스타일은 매우 전투적이다. 초반부터 선두로 치고 나와 레이스를 주도한다. 왜소한 체격(1m60㎝)의 자말이 장신 숲에서 살아남는 비결이기도 하다.

대구=장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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