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치] 성장의 시계 '성장판'을 바로 맞추어라

중앙일보

입력

[박민수 박사의 ‘9988234’ 시크릿]

가정의학과 전문의
박민수 박사

최근 청소년들의 영양 결핍과 저성장증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21세기 한국에서 청소년 절반 가까이가 하루 평균 칼슘 섭취량의 절반도 섭취하지 못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부모들 입장에서는 과거보다 풍성해진 요즘에 아이들의 영양결핍이나 저성장이 생기는 이유가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찬찬히 내 아이와 그 또래들의 식습관이나 라이프 사이클을 점검해보라. 칼슘을 비롯한 필수영양소의 결핍이나 부족, 성장에 악영향을 미치는 습관들이 속속 발견될지도 모른다.

반면 사회는 점점 키가 작은 사람이 위축되고 소외되는 현실을 만들어가고 있다. 각종 미디어는 평균 신장 아래의 사람이 마치 큰 결점이 있는 사람처럼 몰아붙인다. 심하게는 180cm아래의 남자를 ‘루저’라고 부르는 풍토까지 만들어지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며 힘들어할 일이 하나 더 추가되는 것이다.

의사 입장에서 올바른 판단을 내리라면 바람직한 영양과 신체활동으로 자신이 클 수 있는 최대의 키를 키웠다면 매우 바람직하고 훌륭한 일이며, 비록 남들보다 조금 키가 작더라도 부끄럽거나 위축될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싶다. 물론 현실은 이런 선량한 판단과는 거리가 있을지 모르겠다.

최근 우리 사회는 소아비만이나 성조숙, 영양 결핍, 수면 부족과 같은 올바른 성장을 저해하는 불건강의 덫들이 곳곳에 널려 있다. 특히 급증하는 소아비만은 성장을 지연시키거나 저해하는 첫째 문제이다. 여자 아이의 경우 체중 40kg 이상, 체지방율이 20% 이상이면 대개 초경이 시작된다. 초경이 시작되었다고 성장이 당장 멈추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성조숙이 빠를수록 성장판은 일찍 닫히고 당연히 원래 자랄 키를 모두 채우지 못한 채 성장이 멈추고 만다.

성조숙증이란 또래 아이들보다 2차 성징이 빨리 나타나 사춘기가 조기에 찾아오는 현상을 가리킨다. 전형적인 성조숙증은 여아는 2-3살에 이미 유선이 발달하고 만 8세에 초경을 하고, 남아는 9살 이전에 고환의 발달이 거의 이루어진다. 성조숙이 일어났는지는 이런 아이들의 2차 성징 유무를 잘 관찰하면 된다. 여자아이라면 유방의 발달이 가장 중요한 관찰 대상이며, 남자아이는 고환의 발달을 주시하면 된다. 성조숙이 있을 경우 이렇게 10세 이전에 2차 성징이 나타날 수 있다. 성조숙으로 성장판이 일찍 닫힌 경우, 최종 성인 키가 정상 아이들에 비해 10cm 이상 작을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사춘기 증후가 1년 빨리 시작하면 최종 키가 평균 5cm 작아진다고 한다.

이렇게 비만은 성조숙을 일으키는 가장 큰 문제이다. 따라서 어릴 때부터 아이의 체지방률을 세심하게 체크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아이의 체중이 많이 나가지 않는다고 해서 결코 안심해서는 안 된다. 최근에는 체중은 정상이지만 신체활동 부족으로 인해 근육량은 줄고 체지방량은 상대적으로 많아 성조숙을 야기하는 경우도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아이가 말랐다고 안심할 일도 아니다. 영양 결핍이나 성장판 자극 운동 부족 역시 반드시 체크해야 할 일이다.

최근 정크 푸드나 각종 외식 산업의 번성으로 인해 아이들의 영양 부족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특히 키 크는 영양소 부족은 매우 광범위하게 퍼진 현상이다. 아이가 또래에 비해 유난히 작거나 매사에 무기력해 한다면 반드시 저영양이나 영양 결핍을 체크해보야 한다. 지나치게 마른 체형이나 식욕 부진이 저성장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아이의 성장을 체크할 때, 단지 성장판 검사만 해볼 것이 아니라, 전문 영양사가 상주하는 병원에서 영양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아래 아이의 영양과 성장에 관해 주의해야 할 음식 섭취 리스트를 제시하니 참조하기 바란다.

살로 가는 음식
패스트푸드 -고지방음식, 고칼로리 음식
기름에 튀긴 음식(지나친 동물성지방)
지나치게 많이 먹는 백미, 흰밀가루, 고탄수화물

키로 가는 음식
식이섬유 함량이 높은 곡류(현미, 쌀보리, 통밀가루)
고단백저지방음식(주로 삶아서 먹는 육류-닭고기, 소고기, 돼지고기)
칼슘(멸치, 뼈째 먹는 뱅어포, 저지방우유)
호두, 잣, 땅콩 등의 불포화지방
야채(마요네즈나 케첩보다는 식물성 기름이나 식초, 간장 등을 통해 조리)와 과일

여성호르몬을 촉진시키는(=성조숙증을 앞당기는) 음식
과다칼로리 섭취-체지방을 축적시켜 여성호르몬을 촉진
환경호르몬 유사물질
여성호르몬 생성물질(단 과다복용시만)

박민수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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