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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 싸고 … 강하다 … 1.6L 엔진 ‘전성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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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현대 아반떼 1.6 GDI, 오른쪽 위 르노삼성 SM3 PE, 오른쪽 아래 쉐보레 아베오 세단 1.6

최근 1.6L 엔진을 얹는 차가 부쩍 늘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국산·수입차 가운데 46개 차종이 해당된다. 인기의 으뜸 비결은 세금이다. 비영업용 1.6L 신차의 배기량별 세금은 1㏄당 140원이다. 80~100원인 경차 다음으로 저렴하다. 반면 1601~2000㏄는 200원으로 팍 오른다. 과거엔 1.5L가 경계였다. 일본의 배기량별 세금 기준을 모방한 결과였다.

그러나 2005년 국내 소형차 세제와 도시철도채권 매입의 배기량 기준이 1500㏄ 이하에서 1600㏄ 이하로 바뀌었다. 소형차 수출의 비중이 큰 유럽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결정이었다. 그 결과 소비자는 이전보다 한층 적은 비용 부담으로 보다 힘 좋은 차를 살 수 있게 됐다. 자동차 업체도 굳이 기존의 1.5L 엔진을 고집할 이유가 없어졌다.

 1.6L급 차종의 크기와 장르는 천차만별이다. 국산차는 소형과 준중형 해치백(트렁크 뚜껑이 뒷유리와 함께 열리는 형태), 그리고 세단에 집중돼 있다. 현대차는 클릭과 엑센트· i30과 i30 CW·아반떼와 아반떼 하이브리드·벨로스터에 얹었다. 기아차는 프라이드·포르테와 포르테 해치백·쏘울에 얹는다. 쉐보레(한국GM)는 아베오와 크루즈·르노삼성은 SM3에 탑재했다.

 수입차는 고를 수 있는 차종이 한층 다채롭다. 미니는 국내 수입된 전 차종의 심장이 1.6L 가솔린이다. 미니의 모기업인 BMW와 1.6L 엔진을 함께 개발한 푸조 역시 ‘1.6L 왕국’이다. 소형차인 207과 308부터 크로스오버차량(CUV)인 3008, 중형 세단 508까지 1.6L 가솔린 및 디젤 엔진을 얹는다. 폴크스바겐도 골프와 제타에 1.6L 디젤 엔진을 얹고 있다.

 현재 국내에 소개된 1.6L 엔진은 모두 직렬 4기통이다. 그러나 내용과 성능은 제각각이다. 가령 출력은 가솔린 엔진이 높다. 로터스 엘리스는 136마력을 뿜는다. 반면 디젤 터보 엔진을 얹은 푸조 308 1.6 MCP HDi의 경우 110마력을 낸다. 반면 최대 토크는 푸조 308이 24.5㎏·m로 로터스 엘리스의 16.3㎏·m를 앞선다.

 공인연비 또한 디젤 엔진이 유리하다. 보다 낮은 엔진 회전수에서 큰 힘을 내는 까닭이다. 1.6L 가솔린과 디젤 엔진을 각각 얹은 현대 엑센트를 저울질하면 이해가 쉽다. 디젤의 수동변속기 기준 공인연비가 23.5㎞/L로 가솔린의 18.2㎞/L를 성큼 웃돈다. 1.6L 수입차의 ‘연비 왕’ 역시 디젤차다. 푸조의 중형 세단인 508 악티브 e-HDi가 주인공으로 22.6㎞/L를 기록했다.

 1.6L 가솔린 엔진도 나날이 효율을 높여가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수퍼차저나 터보와 같은 과급기(엔진에 공기를 강제로 압축해 넣는 장치)를 얹지 않고도 140마력을 낸다. 직분사 방식 덕분이다. 이전엔 공기와 연료를 미리 섞어 엔진으로 보냈다. 이젠 휘발유를 압축해 엔진 실린더에 직접 뿜는다. 따라서 꼭 필요할 때 정확한 양의 연료만 쓸 수 있게 됐다.

 최신 1.6L 엔진은 과거 2.0~3.0L급 성능을 넘본다. 현대·기아차가 내년 선보일 1.6L 가솔린 터보 엔진은 210마력을 낸다. 1.6L 엔진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낮추기 위해 배기량을 줄이는 ‘다운사이징’과도 이해관계가 맞는다. 이 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1.6L 엔진은 소형차와 중형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스포츠카로 종횡무진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김기범 중앙SUNDAY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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