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고스트 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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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독립영화의 파수꾼 짐 자무시 감독.'천국보다 낯선'이나 '데드 맨' 에서 보듯 그의 작품들은 보기에 편한 영화가 아니다.

흑백의 단조로운 톤과 이미지를 단절적으로 이어가는 그의 영화 작법은 현대인의 고독과 커뮤니케이션의 상실을 그리기 위한 것으로, 관습적인 영화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낯설게 다가온다.

그러나 '찬찬히 뜯어보면 '그의 영화에는 늘 유머가 넘친다.

세상을 객관화하는데서 오는 울림 깊은 '어두운 유머'가 자무시 영화의 특징이다.

'고스트 독' 은 자무시가 자신의 특질은 그대로 살리면서도 보다 대중적이고자 애쓴 '흔적이 보이는'작품이다.

좀처럼 택하지 않던 컬러로 전편을 찍은 것, '사무라이 정신을 따르는 킬러' 라는 흥미로운 캐릭터를 뉴욕의 뒷골목에 등장시킨 점에서 그렇다.

부탁받은 살인을 귀신처럼 해치우고 사라져서 '고스트 독' 이라는 별명이 붙은 흑인 킬러(포레스트 휘테이커). 그의 손에는 언제나 '사무라이의 길' 이라는 고서가 쥐어져 있다.

'사무라이는 죽음에 대해 사색한다' '마음을 바르게 수행하면 자유를 얻는다' 와 같은 잠언들을 외우면서 실천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그에게 일감을 맡기는 마피아들은 한심한 족속들로 그려진다.

늙고 지친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 '딱따구리' '톰과 제리'같은 TV만화로 시간을 때운다.

'톰과 제리'의 고양이와 쥐처럼 살인게임이나 즐기는 마피아와 삶과 죽음을 성찰하는 흑인 킬러의 대비를 통해 미국식 문명이 얼마나 권태로운 지를 보여준다.

고층 빌딩의 옥상에서 비둘기를 키우며 생활하는 고스트 독이 비둘기 다리에 메모지를 달아 마피아와 연락을 취하는 것도 현대인의 소통방식에 대한 짐 자무시의 문제제기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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