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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목고·자율고 탐방 ⑥ 충남 한일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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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율학교는 특목고 도전의 두 번째 기회로 불린다. 모집군이 후기에 편성됐기 때문이다. 국제고·외국어고·과학고 입시에서 고배를 마신 지원자들이 일반고에 배정되기 전에 우수고교 진학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는 것이다. 후기 모집엔 경기 양일고, 경남 거창고, 전북 익신고, 충남 공주사대부고, 충남 한일고 등 상위권 대학 진학률이 높은 고교들이 속해 있다.

 하지만 문턱이 높다. 모집에 지역 제한이 있는 국제고·외국어고와 달리 자율학교는 최상위권 학생들을 모으는 전국 모집을 한다. 이 때문에 한일고 합격자들의 내신 교과성적 석차 백분율 평균이 3% 내에 이를 정도다. 이정현(경기도 안양 대안중 3)군과 최정용(경기도 성남 보평중 3)군이 지난 5일 한일고 최용희 입학상담실장과 만나 자기주도학습 전형 제출서류 유의사항과 선발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항목별로 우수성 열거하며 써야

 최 교사는 “학습계획서를 쓸 땐 항목별로 열거하는 개조식 문장을 쓸 것”을 강조했다. 장문을 길게 열거하는 글보다 내용 전달력이 빠르고 명확하기 때문이다. “소수의 입학담당관들이 지원자 수천 명이 제출한 비슷한 서류들을 시간에 쫓기며 심사하는 과정에서 눈에 띌 수 있는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특정 내용을 강조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색깔을 사용해 글을 써도 좋다”고 덧붙였다.

 개조식 문장은 지원자 입장에서도 구체적이고 핵심적인 내용을 담는 데 유리하다. 장문으로 연결된 문단 형태의 글은 수식어나 관용어를 쓰게 돼 내용이 자칫 추상적으로 흐를 수 있다. 반면 항목별로 열거하는 형식을 취하면 지원자의 특성을 구체적으로 요약해 제시할 수 있다. 자기주도학습 전형이 요구하는 내용에 접근할 수 있는 길도 모색해볼 수 있다. 최 교사는 “자신의 우수성을 먼저 나열한 뒤 이를 성격별로 묶거나 구분하는 식으로 정리하면 학습계획서를 쓰기가 수월해진다”고 말했다. “이를 글로 풀어내는 과정에서 근거를 들어 자신의 학습과정과 학습역량을 드러내면 입학담당관에게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차별성 꾀할 수 있는 법 찾아야

 최군은 “봉사·체험활동을 많이 하지만 이 가운데 어떤 것을 학습계획서에 어떻게 맞춰 구현해야 하는지”를 궁금해 했다. 최 교사는 차별성과 우수성의 제시를 강조했다. 자신이 가장 애착이 가는 봉사·체험 활동의 특성과 사례를 들어 자신의 진로와 관심사를 드러내는 것이 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학습계획서의 학습과정 항목에 대해 최 교사는 “자신의 교과 학습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조명할 것”을 당부했다. “막연한 사례를 들기보다는 남보다 잘한다고 생각하는 특정 교과와 부문을 골라 제시하라”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로 “학습계획표, 오답노트 등을 함께 언급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독서경험을 묻는 항목에서도 차별화를 꾀할 수 있다. 최 교사는 “진로와 관련된 책을 제시하면서 독서 이력과 관심사를 나타내라”고 했다. 책 내용을 요약하는 데 치중하기보다는 “독서량, 우수 독서 활동, 독서 능력, 독서 후 관리 등을 아우르는 글로 차별성을 모색할 것”을 제안했다.

 이군은 학습계획서에 수상 실적을 적어도 되는지 궁금해 했다. 최 교사는 수상 기록은 학교생활기록부에도 있으므로 상의 의미를밝히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지원동기를 적는 항목에 대해선 “한일고에 대한 진학 탐색을 한 활동을 적을 것”을 주문했다. “한일고에 입학하기 위해 한일고를 알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제시하라”는 설명이다. 이를 위한 방법들로 입시설명회 참석, 학교 탐방, 진학 상담, 학교 홈페이지 검색, 학교 관련 뉴스 모음 등을 예로 들었다. 이를 학교와 교육과정의 특성을 이해하고 적응하려는 마음가짐을 갖추는 노력의 일환으로 한일고는 보고 있기 때문이다.

교외체험·세부능력·특기 꼭 채워야

 학교생활기록부는 학습계획서와 함께 합격자를 가리는 중요한 심사자료이자 면접의 기초자료이기도 하다. 최 교사는 자녀의 학교생활기록부 관리·작성에 대해 “부모도 관심을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담임교사의 기록에만 의존하지 말고 교사와 의논해서 방향과 내용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입학담당관이 학교생활기록부의 각 항목에서 평가하려는 자격은, 감점이 적용되는 출결의 경우 학교·수업에 대한 성실성이다. 수상경력과 특별활동 항목에선 지원자의 관심사·역량·진로 등을 엿본다. 진로지도 항목에 대해 최 교사는 “진로가 일관성이 있다면 학습계획서에 하나의 근거로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봉사활동실적에선 시간 채우기식 봉사를 나열하기보다는 지원자가 필요와 가치를 느낀 봉사를 중점적으로 기록할 것을 당부했다. 지원자의 적극성을 보여주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교외체험학습 항목과 교과학습발달의 세부능력·특기사항 항목은 ’해당 없음’으로방치하지 말고 반드시 채워 넣을 것을 강조했다. “진학·진로와 관련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독서활동 항목엔 “학습계획서에 쓴 독서 이력이 함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율학교=설립·운영 목적이 학습부진아 교육, 개별 적성·능력을 고려한 열린 교육이나 수준별 교육, 특성화 중·고교 등으로 구분된다. 교장임용, 학사·교육과정 운영 등에 자율성을 가져 지방의 공교육 혁신모델로 꼽히기도 한다. 선택중심교육과정을 전부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 일반계 고교보다 특화된 교육을 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자율학교로 거창고(경남), 공주사대부고(충남), 양일고(경기), 익신고(전북), 한일고(충남) 등이 꼽힌다. 전국단위 신입생 선발로 우수 학생들이 몰려 대학 진학률이 전국 서열을 다툰다. 2005~2009학년도 전국 고교 수능 성적에서 국제고·외국어고가 독식한 언어·수리·외국어 영역 상위 10위 고교 중 일반 고교로는 한일고와 공주사대부고가 이름을 올렸다.

[사진설명] 지역제한이 있는 국제고(청심국제중고교 제외)·외국어고와 달리 한일고는 전국 모집으로 신입생을 선발해 합격선이 높기 때문에 다른 지원자들과 다른 특기로 차별성을 꾀해야 한다. 한일고 학생이 수업을 받고 있다.

<박정식 기자 tangopark@joongang.co.kr 사진="한일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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