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파워스타일] 진 초이 워싱턴대학 포스터스쿨 부학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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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한국 사람 진 초이(46)씨는 네 살 때 선교활동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 한국 땅을 떠났다. 하지만 이제는 1년에도 몇 번씩 한국을 찾는 것이 그녀의 일이다. 직책은 워싱턴대학 포스터스쿨(Foster School) 부학장. 포스터스쿨은 미국 시애틀 워싱턴대학의 경영전문대학원(MBA)으로 비즈니스위크, 이코노미스트 등이 매기는 글로벌 MBA 랭킹에서 꾸준히 톱 30위권에 들어간다.

그녀는 ‘새로운 포지션을 개척한 당찬 여성’으로 유명하다. 명성 높은 교수진 중심인 MBA에서 고객 맞춤형 프로그램을 기획·실행하는 매니저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과 일본, 홍콩 등 아시아 지역에서 기업 단위 학생들을 유치하는 데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 스케줄은 출장과 미팅, 기획회의 등으로 여느 기업인 못지않게 빡빡하다. 해외 출장 때 늘 지니는 가방 ①도 튼튼하고 큼지막하다. 한국의 모 기업 회장이 3년 전에 ‘아들을 잘 가르쳐 줘서 고맙다’며 선물한 것인데, 각종 서류와 MBA 홍보 자료를 넣어 다니기에 안성맞춤이라고. 학교나 기업 관계자 미팅이 많기 때문에 향수는 반드시 은은해야 한다. 얼마 전 살바토레 페라가모의 인칸토 블룸②을 구입해 애용하고 있다.


포스터스쿨 MBA를 졸업하고 교수 대신 교직원의 길을 선택한 이유는 “능력을 펼치면서 집안 가장 노릇까지 할 수 있는 일”을 원했기 때문이다. 일본에 살다가 열네 살 무렵 부모님과 떨어져 미국으로 건너온 터라 평생 연구에 전념할 여건이 못 됐다. “하지만 내 직업을 너무 사랑해요. 팀장급 직장인이 MBA를 거친 뒤 리더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비할 데 없이 큰 보람이죠.” 국적은 미국이지만 누가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물으면 반드시 ‘한국인’이라고 답한다. 한국인 남편과 18, 16세 두 딸도 마찬가지다.

 “한국 학생들은 비영어권 중에서 영어를 제일 잘하고 공부도 제일 열심히 해요. 특히 전통을 지키면서도 금세 미국 문화에 적응해 다들 놀라워하죠.” 일례로 한국 학생들은 교수가 지나가면 나이가 많든 적든 무조건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워싱턴대 교수들이 모여 “한국에 가서 교수 하면 정말 행복하겠다”며 부러워할 정도다.

 가장 큰 목표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사는 것이다. 시부모님이 결혼선물로 주신 십자가 목걸이 ③는 종교의 상징을 넘어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떳떳한 한국인이 돼라는 부모님의 가르침을 일깨워준다. “한때 서양여자보다 작은데 어떻게 어필할지 고민도 했었어요. 굽 높은 구두? 금발 염색? 화려한 장신구? 모두 아니었죠. 훌륭한 직장에서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고, 바르게 살면서 이웃의 사랑을 얻으면 그게 바로 진짜 ‘튀는’ 길이에요.”

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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