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빙궈 만난 김정일 “조건 없이 6자 복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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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방문 중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왼쪽)이 26일 헤이룽장성 다칭에서 다이빙궈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만나 인사하고 있다. [다칭 신화=연합뉴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3개월 만에 다시 중국 동북지방을 방문해 “전제조건 없이 6자회담에 복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후진타오(胡錦濤·호금도) 중국 국가주석은 헤이룽장(黑龍江)성 에 다이빙궈(戴秉國·대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파견해 김 위원장에게 안부를 전했다. 김 위원장은 다이 국무위원을 만나 “한반도의 비핵화 목표를 지지하고 있으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유지 및 촉진을 위해 2005년의 9·19 공동성명을 모든 당사자들과 함께 완전히 이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평소의 주장을 반복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김 위원장이 특별열차 편으로 헤이룽장성 을 방문해 제2공작기계 공장을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공단 시찰에는 다이 국무위원이 줄곧 동행했다.

 김 위원장을 태운 특별열차는 이날 오후 다칭(大慶)에 도착했다. 다칭은 중국 정부의 동북진흥전략에 따라 하얼빈(哈爾濱)∼다칭∼치치하얼을 연결하는 ‘하다치 공업벨트’의 핵심 공업 도시로 시베리아 아무르주를 연결하는 송유관이 있다. 다칭의 한 소식통은 “다이 국무위원이 다칭의 공업단지를 김 위원장에게 안내했으며 이날 저녁 다칭 영빈관에서 공연을 곁들여 만찬을 했다”고 전했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김 위원장은 방러 성과를 중국 측에 설명하고 이해와 협조를 구했을 것”이라며 “앞서 몇 차례 방중에서 북·중 지도부가 합의한 전략적 소통 강화 차원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25일 밤 후룬베이얼의 톈차오(天橋)빈관(호텔)에서 네이멍구 자치구 후춘화(胡春華·호춘화) 당 서기가 김 위원장을 환영하는 연회를 주재했다”고 26일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공개했다.

 한편 이번 김 위원장의 방중을 계기로 중국과 북한 매체들이 전례 없이 방중 사실을 신속히 보도해 주목된다. 신화통신은 25일 김 위원장이 러시아 방문을 마치고 네이멍구 만저우리(滿洲里)에 도착한 당일 “김 위원장이 25일부터 중국 동북지방 경유와 방문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종전에는 김 위원장이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뒤 방중 사실을 보도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이런 변화는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가 김 위원장의 동선을 수시로 전파할 정도로 위력을 발휘하면서 생긴 변화로 풀이되고 있다.

김 위원장의 예상 이동 경로는 곧바로 귀국하거나, 하얼빈을 거쳐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해 27일 이 도시를 방문할 예정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와 회동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귀국길에 후 주석과 면담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한편 AFP통신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최근 러시아 방문 중 극동지방에 북한 맥주공장을 설립하고 러시아 여러 도시에 북한 음식점을 운영하자는 제안을 했다. 아울러 러시아 지원을 받아 수력발전소를 건립하는 방안과 러시아-북한 간 단선철도 노선을 확대하는 방안 등에 관심을 보였다.

하얼빈=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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