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베어스 새 대표이사 김승영씨 “화수분 야구로 더 좋은 팀 만들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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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에서 20년 동안 몸담으며 실무자와 단장을 거쳐 대표이사 자리까지 오른 김승영 신임 사장.

“나는 꿈을 이룬 사람이에요. 매순간이 행복합니다.”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구단 실무자와 단장을 거쳐 사장까지 오른 인물이 있다. 지난 10일 두산 베어스 대표이사가 된 김승영(53) 신임 사장을 2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만났다.

 김 사장은 1984년 두산그룹 계열사인 ㈜오리콤에 입사했다가 91년 두산(당시 OB) 베어스로 옮기며 야구단과 인연을 맺었다. 마케팅팀·홍보팀·경영관리팀 등 야구단 주요 부서를 모두 거쳤고 잠실구장 운영본부장에 이어 단장까지 역임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동대문구장에서 친구들과 고교야구를 본 뒤 야구에 빠져 살았어요. 부모님이 운동선수가 되는 것을 반대하셔서 공부를 해서라도 반드시 야구와 관련된 일을 하겠다는 꿈을 키웠죠. 실업야구팀을 갖고 있던 은행에 들어가 선수들을 직접 볼 생각도 했다니까요. 다행히 프로야구단에 몸담게 됐고 사장까지 됐으니 꿈을 이룬 것 아닌가요.”

 야구에 대한 열정만으로 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김 사장은 2004년부터 최근까지 단장을 지내며 두산을 여섯 번이나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다. 특히 끊임없이 무명 선수를 발굴해 스타로 키워내면서 ‘화수분 야구’라는 평가를 들었다.

 실무자 출신으로서 야구단 운영에 대한 소신과 철학도 확고하다. 선수·코치·감독 등 현장의 목소리를 최대한 존중해 프런트와 발전적인 관계를 만드는 것이 제1원칙이다.

 “전임 사장님을 네 분이나 모셨어요. 저에게는 살아있는 공부가 된 셈이죠. 야구선수 출신으로 현장을 두루 경험하신 김태룡 신임 단장님과 모든 업무를 논의해 추진할 겁니다.”

 현재 김광수 감독대행 체제인 두산 사령탑에 대해서는 “신임 감독은 화려한 경력보다는 곧은 인성이나 유연한 사고를 우선으로 보고 모실 것”이라고 했다.

 김 사장의 취임 일성은 “우승하겠다”가 아니라 “더 좋은 팀을 만들겠다”였다. “저는 두산의 수식어 중 ‘화수분’이라는 말을 제일 좋아해요. 이제 선수들의 화수분에 그치지 않고 지도자의 화수분, 행정가의 화수분이 되도록 해야죠.”

김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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