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9·11테러 보고 받고 든 생각 중 하나는 가족 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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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11 테러 발생 3일 뒤 사고현장인 세계무역센터 빌딩을 방문한 조지 W 부시 전 미 대통령. [뉴욕 AP=연합뉴스]

“막 교실로 들어가려는 순간 비행기 한 대가 세계무역센터 첫 타워에 부딪쳤다는 보고를 들었다. 나는 ‘기상여건이 안 좋았나, 조종사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가’라고 생각했다. 참모들에게 ‘뉴욕시를 위해 필요한 건 뭐든지 지원하라’고 지시한 뒤 교실로 들어갔다.”

 조지 W 부시(65) 전 미국 대통령이 2001년 9·11 테러에 대해 10년 만에 회고하는 인터뷰가 28일(현지시간) 미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을 통해 방영된다. 미 의회전문지 ‘더 힐(The Hill)’은 25일(현지시간) 내용 일부를 발췌해 미리 소개했다.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공격받던 시간 부시는 플로리다주의 한 초등학교를 방문하고 있었다. 그는 인터뷰에서 “교실에선 학생들이 책을 읽고 있었다. 난 생각에 잠긴 채 수업을 듣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뒤로 다가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상황을 세밀하게 묘사했다.

 “앤디(앤드루 카드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의 매사추세츠 억양이 내 귀에 속삭였다. ‘두 번째 비행기가 쌍둥이 빌딩의 두 번째 탑을 때렸습니다. 미국이 공격받고 있습니다(America is under attack)’.”

 부시 전 대통령은 “그 순간 평정심을 보여야겠다고 결심했다”며 “그 날은 대통령직 수행에 대한 내 생각을 바꿔놓았다”고 말했다.

 반면 대통령이지만 그도 남편이자 가장이었다. 부시는 미국이 공격받는다는 보고를 받은 뒤 떠오른 생각들 중 하나는 아내 로라 부시 여사와 두 딸의 안전이었다고 토로했다.

 “로라가 안전한 곳에 있다는 소식에 이어 그녀의 편안한 목소리를 듣게 되자 정말 좋았다.”

 테러 뒤 처음 뉴욕 현장을 방문했을 때의 감정에 대해 그는 “정말 끈끈한 유대감이 저절로 우러났다. (당시 뉴욕시장) 루디(줄리아니)도 ‘정말 특별한 순간’이라고 내게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루디가 ‘저 사람들(뉴욕 시민들) 대부분은 대통령 선거 때 당신을 찍지 않았다’고 말해 우스웠다”고 술회했다.

 9·11 테러 10주년을 맞아 이뤄진 부시의 이번 인터뷰는 오사마 빈 라덴이 사살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인 5월 초에 진행됐다고 한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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