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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에 동해·일본해 병기 요구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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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서대원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전 대사

최근 캐나다 밴쿠버에서 사단법인 동해연구회 주최로 ‘제17회 동해(East Sea) 기명과 바다이름에 관한 국제세미나’가 열렸다. 세미나에는 미·영·일·중·러·독 등 10개국 20여 명의 학자·지도제작자 등 외국 전문가와 한국 측 전문가 20여 명이 참가했다. 동해 표기 문제는 일본 정치인들의 울릉도 방문 시도, 미 국무부의 국제수로기구(IHO)에 대한 일본해(Sea of Japan) 단독표기 표명으로 국민적 관심사로 다시 대두했다. 필자는 외교관 재직 당시인 1992년 우리 정부가 동해 표기 문제를 유엔지명위원회에 최초로 제기했을 때부터 10여 년간 동해 표기 문제를 다뤄온 경험이 있다. 이를 토대로 몇 가지 소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지난 십수 년간 정부와 동해연구회가 꾸준히 추진해온 동해/일본해의 병기(竝記) 노력이 결실을 거두고 있다. 구미 지역 영문 지도 및 지리교과서의 영문지도에 거의 90% 정도의 병기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간 한·일 양국의 압력에 흔들려왔던 세계의 지도 및 교과서 제작사들은 토착명칭(Endonym)을 외래명칭(Exonym)에 우선한다는 21세기 세계지명학계의 추세를 감안한 지도 저자들의 검토와 결정을 토대로 동해/일본해 병기의 원칙을 확립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IHO의 양대 공용어인 프랑스어판에 병기를 시키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둘째, 필자는 98년 1월 유엔지명위원회에서 동해 명칭 병기의 법적 규범을 확고히 할 목적으로 ‘단일 주권을 초월하는 해양 실체의 명칭 표준화’라는 제목의 유엔 결의를 추진했다. 상이한 명칭에 대한 당사국 간 합의가 없으면 병기할 것을 제안한 것이다. 일본의 완강한 저항으로 결의안 채택은 무산됐지만 13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비슷한 유엔 결의를 재추진할 때가 되었다. 셋째, 정부는 유엔사무국에서 동해/일본해를 병기하도록 강력하게 요구할 때가 되었다. 2012년 8월에는 제27차 유엔지명전문가회의 의장단(의장 1명, 부의장 2명) 선거가 있다. 우리가 의장단에 한 자리를 확보한다면 국제무대에서 지명 문제를 다루는 데 유리한 외교적 기반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동해 표기 문제는 국제사회가 우리의 정당한 주장을 지지하도록 다자외교 차원에서 주도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기에 국민적 성원이 함께한다면 동해 명칭이 국제적으로 자리 잡는 날이 멀지 않을 것이다.

서대원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전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