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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협력이 동반성장 좌우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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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주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원장

1879년 12월 3일, 유난히 많은 눈이 내린 미국 뉴저지주 멘로파크의 한 연구소. 캄캄했던 연구소 안이 순식간에 대낮처럼 환해졌다. 에디슨의 최고 발명품이라 일컬어지는 백열전구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전구의 탄생으로 인류는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기 시작했다. 에디슨의 발명에 대해서는 많은 오해가 뒤따른다. 그의 발명이 획기적이고 전례 없던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에디슨의 발명품들은 이미 개발된 기술들을 결합하여 개선·확장시킨 것들이 대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수많은 협력을 통해 이루어졌다. 백열전구는 용도를 확장시키기 위한 많은 특허들의 집합체였고, 14명이나 되는 팀원들의 도움이 있었다.

 에디슨의 발명 사례는 최근 우리 경제의 화두가 되고 있는 동반성장에도 접목시킬 수 있다. 대기업이 기술개발 로드맵을 중소기업과 공유하고 서로 협력한다면 자연스럽게 동반성장이 가능해진다. 바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연구개발(R&D) 협력을 통한 동반성장이다.

 더 빠르고 쉽게 신제품을 개발해 세계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대·중소기업 간의 협력을 넘어 무엇이 더 필요할까. 바로 대학과 연구기관, 정부까지 포함된 산·학·연·관의 R&D 협력이다. 대학은 연구개발 자금과 장비가 부족하다. 공공연구기관은 인력 및 시설은 풍부하나 시장에 대한 이해나 상용화 경험이 다소 부족하다. 민간기업, 특히 중소기업들은 고급 연구 인력과 신기술 정보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들 산·학·연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는 것이 바로 정부의 R&D 예산 지원이다. 산·학·연·관의 진정한 R&D 협력은 동반성장을 이끌어내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자 글로벌 시장에서 산업 경쟁력을 높여 수출 1조 달러 시대를 열어가는 바탕이 될 것이다.

서영주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