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검은 금요일' 한국증시 강타

중앙일보

입력

사상 최대의 폭락세를 기록한 미국의 `검은 금요일(블랙프라이데이)' 태풍이 한국 증시를 강타했다.

이에 따라 17일 거래소시장과 코스닥시장으로 대별되는 한국 증권시장도 정부와 일부 기관투자가들의 주가안정을 위한 각종 노력에도 불구, 투자자들 사이에 투매가 일어나면서 이른바 `검은월요일'(블랙먼데이)이라는 사상 초유의 대폭락사태를 빚었다.

한국 증시뿐 아니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의 증시와 호주 등 전세계 증시도 미국의 검은 금요일의 영향으로 동반폭락세를 보였다.

이날 거래소시장은 지난 주말보다 93.17포인트(11.63%) 급락한 707.72로 장을 마감했으며 코스닥시장도 지난 주말보다 22.33포인트(11.40%) 내린 173.54로 마감됐다.

거래소시장에서는 지난 1월5일의 72.73포인트 폭락이라는 종전의 사상 최고 하락폭과 지난 98년 6월12일 기록한 8.10%(26.61포인트)의 사상 최고의 하락율이 이날 한꺼번에 깨졌다. 또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작년 5월25일의 698.69 이후 최저치를 기록, 11개월만에 사상 최저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코스닥시장도 종전 사상최고 하락폭인 지난 2월15일의 21.56포인트와 사상최고 하락률인 지난 97년 7월26일의 9.14%를 모두 경신했다.

이날 주가는 개장초부터 투자자들의 투매가 시작되면서 초약세로 출발, 거래소시장은 시초가부터 30포인트 이상 급락한 상태에서 시작한 뒤 4분도 지나지 않아 90포인트 이상 폭락, 사상 처음으로 서킷 브레이커(매매거래 일시중단)가 발동됐다.

이후 다소 안정세를 찾는 듯 했으나 오전장 막판부터 반등시도에 실패한 데 따른 실망매물이 다시 투매로 이어지면서 한때 100포인트 이상의 대폭락세를 보이며지수 700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코스닥시장은 오전장 중 전업종에서 투매물량이 쏟아져 거의 전종목이 하한가를기록하면서 종합지수가 11% 이상 급락해 오후장들어서는 거의 거래가 이뤄지지 않을정도였다.

이날 정부는 이같은 초유의 대폭락사태가 빚어지자 대책마련에 부심, 이헌재 재정경제부장관이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기관투자가의 책임과 함께 한국 실물경제의 건재를 강조했으며 한국은행도 `총선후 통화긴축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는 등 정부의경제관련 각 부처가 투자심리를 진정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으나 시장참여자들의 투매를 막는데는 역부족이었다.

증시전문가들은 미국증시 폭락으로 인해 투자심리가 완전히 얼어붙은 상태인데다 실제로 미국시장이 한국시간으로 18일 새벽 또 한차례 폭락세가 이어질 경우 전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이 갈수록 증폭될 수 있기 때문에 해외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소극적인 매매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충고했다.
(서울=연합뉴스) 권영석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