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으로 오세훈 시장의 거취 문제가 관심을 끌고 있다. 오 시장이 25일 오전 걸어서 서소문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퇴 결심으로 치러지게 될 10월 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앞으로 두 달 남았다. 그러나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끝난 지 하루 만에 각 당에서 보궐선거 주자들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심지어 오 시장이 언제 물러날 것인지 공식적으로 밝히기 전인데 출마선언까지 나왔다.
민주당 천정배 최고위원은 2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서울시장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갑이 지역구인 그는 26일 서울시 관악구로 주민등록지를 옮길 예정이다. 현역 최고위원의 출마 선언에 당 일각에서는 “여권 상황 등을 지켜본 뒤 결정해도 늦지 않은데 성급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천 최고위원은 “선거 60일 전까지 주소지를 옮겨야 하는 규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선 천 최고위원 외에 18대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했던 김한길 전 의원도 4년 만에 기자간담회를 열고 “서울시장 선거는 가장 경쟁력 있는 선수가 출마해야 하며, 나도 그 저울 위에 올라가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출마 선언인 셈이다.
이들 외에 이인영 최고위원이 “주변에서 권유하는 분이 많아 의견을 들어보는 중”이라 했고, 박영선 정책위의장도 “출마 의사를 묻는 사람이 많아 지금부터 생각을 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외부인사 영입 논의도 무성하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조국 서울대 교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박 이사가 서울시장에 출마하면 야권통합에도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외에도 원혜영·김성순·전병헌·추미애 의원과 이계안 전 의원의 이름도 나오고 있다. 주민투표 전투에서 승리한 민주당에선 10·26 재·보선 전망이 밝다는 판단 때문에 ‘출마 러시’가 일어나는 양상이다.
한나라당에선 나경원 최고위원을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하는 이가 많다. 나 최고위원은 이미 지난해 6·2 지방선거 때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출전한 적이 있다. 당시 오 시장에게 패하긴 했으나 한나라당 전당대회 때마다 일반인 여론조사에서 1위를 하는 등 대중 인지도가 높다. 그러나 나 최고위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오 시장 문제가 매듭지어지지 않았는데 아직은 (시장직 출마를) 논의할 시기가 아니다”며 즉답을 피했다.
원희룡 최고위원도 지난해 지방선거 때 서울시장 예비후보로 나섰던 경험 때문에 자주 거론되나 지난 7월 4일 전당대회에 출마하면서 “내년 대통령 선거 때까지 공직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게 부담이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서도 “(불출마) 약속은 지킨다”고 말했다.
서울시 정무부시장 출신인 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도 자주 거론되나 본인은 ＂뜻이 없다”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7·4 전당대회에 출마했던 박진·권영세 의원과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 등도 이름이 오르내린다. 소장파 대표로 정태근 의원의 출마설도 나돈다. 초선급에서 홍정욱·고승덕·권영진 의원도 후보군에 포함됐다.
당 일각에선 “민주당 후보를 봐가며 중량감 있는 외부 인사를 영입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운찬 전 총리와 유인촌 청와대 문화특별보좌관 등이 이런 맥락에서 거명된다.
글=백일현·강기헌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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