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극단 선택 ‘독가스’ 찾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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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Muammar Qaddafi) 정권이 무너지면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관심이 카다피 정권이 비축해 놓은 각종 대량살상무기(WMD)의 안전한 확보로 옮겨지고 있다. 알카에다 같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나 무장저항세력의 손에 넘어갈 것을 우려해서다.

 미국과 나토 관계자는 지난 수주일 동안 과도국가위원회(NTC) 측과 은밀히 접촉해 카다피 축출 이후 리비아에서 각종 무기를 안전하게 확보하는 문제를 논의했다고 CNN이 24일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미 당국자는 이를 확인하면서 “무기 목록 중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카다피 정권이 비축해 놓은 독가스(mustard gas)”라고 밝혔다. 나토 관계자는 리비아 시민군 측에 대량살상무기와 지대공미사일 목록을 넘겨주고 추적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미 당국자는 “위성과 무인정찰기, 감시용 항공기를 동원해 무기 저장고를 주시하고 있으며 최근 미국과 동맹국에서 파견된 정보요원들이 리비아 곳곳에 파견돼 활동 중”이라고 확인했다. 그는 “우리는 이런 무기들이 NTC의 통제에서 벗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 의회도 같은 우려를 표시했다. 마이크 로저스 하원 정보위원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카다피 정권이 붕괴함에 따라 미국의 국가 안보 이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며 “특히 카다피 정권이 보유해 온 첨단무기와 화학무기, 각종 폭탄 등이 적대세력의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리비아는 2003년 화학무기 저장고의 파괴에 동의한 뒤 이듬해 25t의 독가스와 폭탄을 폐기했다. 그러나 미 군축협회는 리비아가 여전히 10t가량의 화학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파악해 왔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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