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 때 67등 준식군 ‘계획표의 달인’ 된 뒤 고교선 전교 1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1면

새학기를 맞는 학생들이 야심차게 하는 일이 학습 계획 세우기다. 그러나 대부분 ‘작심삼일’로 그치기 일쑤다. 사교육 도움 없이 전교 1등을 꿰차고 있는 최준식(서울 문일고 2)군은 친구들 사이에서 ‘계획표의 달인(達人)’으로 불린다. “학습 계획표의 힘을 믿으라”는 최군이 계획표 세우는 방법을 알려줬다.

설승은 기자
황정옥 기자

사교육 없이 전교 1등을 하는 최준식군은 “내 성적의 비결은 바로 학습 계획표” 라고 말했다. [황정옥 기자]

최군이 전교 1등에 오른 건 중2 기말고사 직후 학원을 끊고 계획표를 활용해 혼자 공부하고 나서다. 중1 때 전교 200명 중 30등이던 성적이 중2 1학기 기말고사에서 67등까지 떨어졌다. 학원을 다녀도 소용없었다. “학원 시간표대로 하느라 굳이 더 들을 필요가 없는 강좌까지 수강해야 할 때면 ‘이 시간에 취약한 과목을 공부하는 게 나을 텐데…’라는 생각을 했죠.”

때마침 읽은 서울대 합격생 수기집에서 최군은 합격생들의 공통점이 자기만의 학습 계획표 만들기라는 걸 발견했다. 최군은 결단을 내렸다. 한 달 넘게 어머니를 설득해 학원을 끊었다. 계획표를 만들고 혼자 공부했다. 성적은 금세 올랐다. 중3 때는 전교 3등에서 8등을 오갔다. 전교생이 519명인 고교에서는 11등, 6등, 4등으로 꾸준히 올랐다. 고2 1학기 중간·기말고사에서 모두 전교 1등을 차지했다.

학원 다녀도 성적 떨어지자 생각 바꿔

자신만의 계획을 완성하기까지는 시행착오도 있었다. 최군은 “처음에는 계획표에 ‘월요일 수학 공부, 화요일 영어 공부’처럼 막연하게 적었다”며 “게다가 의욕만 앞서 지키지 못할 공부 분량으로 계획을 짰었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계획은 밀리기 일쑤였다. 어디까지 공부했는지, 앞으로 공부해야 할 내용이 얼마나 남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계획은 구체적으로 세워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 학기 동안 계획을 짜고, 포기하고, 다시 짜기를 여러 번, 조금씩 감이 생겼다.

“목표를 정했다면 그 목표를 위해 무엇을 얼마나 공부해야 하는지 자세히 헤아려 봐야 해요.” 공부할 요소들을 정한 뒤에는 확보할 수 있는 시간에 맞춰 적절히 배분하는 것이 계획의 기본이라고 했다. 이어 “어떤 교재로 얼마나 공부할 건지 구체적으로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군은 학교 내신에 충실해야 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는다. 따라서 학기 중 계획표는 중간·기말고사를 기준으로 짠다. 보통 시험 한 달 전에 시험 준비를 시작하고 그 외의 시간에는 학교 시간표에 따라 예·복습을 한다.

최군은 월간·주간·일일 계획표를 짤 것을 권했다. 월간 계획은 전달 마지막 날, 주간 계획은 일요일 저녁에 세운다. 소풍이나 체육대회, 교내 대회 등 학사일정도 빠짐없이 적어 넣는다. 최군은 “만약 체육대회가 있는 날에는 그만큼 공부할 시간이 줄어든다”며 “미리 체크해 두면 이를 감안해 계획을 짤 수 있다”고 말했다.

일일 계획은 전날의 계획 완수 여부와 학습 성취도를 반영해 매일 아침에 짠다. 일일 계획표에는 공부할 과목과 교재를 적는다. 어려운 과목에는 시간을 더 많이 배분한다. 해당 항목을 다 지켰을 경우 항목 앞에 그려놓은 사각형 안에 빨간색으로 체크를 한다. “빨간색 표시가 빼곡한 다이어리를 보면 뿌듯하다”며 “저녁에는 계획을 얼마나 지켰는지, 학습 성취도는 어땠는지 스스로 평가하라”고 조언했다.

스톱워치 활용해 분단위로 체계적 학습

계획표대로 생활하면서 자투리 시간을 더 잘 활용할 수 있게 된 최군은 “7교시 하는 날이면 쉬는 시간만 10분씩 5번, 점심때 여유 시간이 20분으로 하루에 70분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군은 늘 스톱워치를 갖고 다니며 매일 자투리 시간을 얼마나 활용했는지 계산해 계획표에 적어두고 자극을 받았다.

최군은 “계획을 세우고 지키는 데 서툴다면 일단 학습량을 적게 할 것”을 권했다. 학습량을 조금씩 늘려가면서 자신에게 알맞은 공부량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계획이 밀리면 자신감과 의욕이 동시에 떨어진다. 최군은 “공부 계획표를 이용하면 앞으로 해야 할 공부와 내가 한 공부량이 가시적으로 나타나 확실한 방향과 목표의식을 갖고 공부할 수 있다“며 “철저하게 지키다 보면 계획표의 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준식이의 ‘스톱워치 활용법’

계획표 항목을 완수할 때마다 시간 재서 써 놓으면

·하루에 공부한 시간을 다 더해 보면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 공부한 시간을 과목별·단원별로 계산할 수 있어 해당 단원을 끝내는 데 걸린 시간을 파악할 수 있다.
·공부 시간을 예측할 수 있어 계획을 짤 때 시간 배분이 편리하다.
·걸린 시간을 단축해내면서 자신의 역량을 가늠해 볼 수 있다.

●학습 계획 세우기 팁

·무조건 구체적으로: 과목만 쓰지 말고 공부할 단원과 교재 이름까지 자세히 써넣을 것.
·목표 먼저 세울 것: 목표는 범위로 정해도 되지만 ‘수학 100점 맞기’처럼 점수로 세워도 된다.
·매일 평가할 것: 계획을 다 이루지 못하거나 학습 성취도가 떨어지는 과목은 다음날 보충할 것.
·계획은 소문을 내라: 부모님이나 친구들에게 자신의 계획을 말하면서 자신을 단속하라.
·최소한 일일 계획만은: 5분이면 된다. 학교 수업이 시작하기 전을 활용하라. 하루가 달라진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