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로 황제 같던 카다피 몰락 … 작년엔 상상도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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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리비아에서 만난 이 의원과 카다피.

지난해 리비아를 방문해 무아마르 카다피를 만났던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은 23일 “네로 황제 같던 카다피가 11개월 만에 실각하게 될 것이라고 당시엔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일보 기자와 만나 “리비아에 새 정권이 들어서도 수십조원대 공사를 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정부가 대응을 잘해야 한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주리비아 대사관 정보담당 외교관의 첩보활동으로 한국 교민 두 명이 구속되는 사태가 발생하자 리비아를 두 차례 방문했다. 두 번째 방문 때인 지난해 9월 30일엔 카다피를 만났다. 당시 한·리비아 관계는 ‘한국 정보요원이 리비아 최고지도자인 카다피에 대한 첩보를 불법 수집해 미국에 넘겼다’는 혐의 때문에 큰 위기를 맞았다. 리비아에서 일하는 한국 근로자 등은 입국 비자를 받지 못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7월 리비아를 방문한 데 이어 9월엔 카다피의 고향인 시르테를 찾았다. 그는 호텔에서 하루를 대기하다 사막의 텐트로 안내받아 카다피를 만났다.

 이 의원은 카다피를 본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곱슬머리에다 군복 위에 베두인 전통 황금색 터번과 망토를 걸친 모습이 로마시대 황제 같았다. 게다가 큰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 표정을 읽기 힘들었다. 여러 나라 독재자들을 만나봤는데 통상 측근들은 (독재자 앞에서) 굉장히 긴장한다. 하지만 카다피의 경우 무장경비병도 두지 않은 채 군 관계자와 비서진이 편안한 모습으로 옆에 있더라. 카다피와 그들의 신뢰관계는 깊어 보였다.”

 이 의원은 “당시 카다피는 리비아 대수로 공사 등으로 한국을 상당히 신뢰하고 있었다”며 “그는 통상 외국 사절을 5~10분밖에 만나지 않는데 나와는 1시간가량 만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는 그에게 ‘한국은 미국의 경제제재에도 리비아를 떠나지 않고 대수로 공사를 마무리 지은 나라’라며 교민을 석방해줄 것을 부탁하자 그는 짜증도 내지 않고 들어줬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카다피의 독재는 비판하더라도 현지 한국 기업의 피해를 막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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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한나라당 국회의원(제18대)
[現] 한일의원연맹 회장

193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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